유럽을 덮친 산불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주민과 여름 휴양객 수만 명이 대피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기상 조건까지 악화해 대응이 복잡해지고 있다며 23일 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마드리드 광역자치정부는 빌라델프라도와 산마르틴데발데이글레시아스에서 난 불이 진화 역량을 넘어 번질 수 있는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앙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카스티야레온 광역자치주 아빌라의 산불이 마드리드로 넘어올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마드리드 광역주에서만 1만명이 대피했고 군 긴급 대응 병력이 투입됐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정부는 아빌라, 레온, 톨레도, 마드리드를 비롯한 스페인 곳곳에 피해를 주고 있는 화재를 막기 위해 모든 가용한 자원을 배치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에서 불에 탄 면적은 12만5,000㏊(1,250㎢)로 서울의 2배를 넘는다. EU 전체로도 지난 22일까지 최근 20여년 평균의 2배가량이 소실되며 지난해 이맘때 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랑스는 소실 면적이, 스페인은 화재 건수가 각각 역대 최대다. 불길을 키운 건 폭염과 건조한 날씨, 바람이다. 지난 23일 무르시아는 최고 기온이 44.7도까지 올랐고, 22일에는 아빌라 여러 도시가 42도를 기록했다.
프랑스도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로랑 누네즈 내무 장관은 AFP 통신에 현재 32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남서부 지롱드 지역 산불은 1만㏊ 이상을 태워 "이번 시즌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만 육로와 해로를 통해 약 4만명이 대피했거나 대피 중이며 가옥 80채가 불에 타 이 중 50채가량이 완전히 무너졌다. 고급 주택이 즐비하고 캠핑장과 임대 주택에 휴가객이 몰려 있던 카프페레에도 전면 대피령이 내려졌다.
서우
인접한 랑드 지역에서도 전날 오후부터 2,500㏊가 소실되고 2만3,000명이 대피했으며 가옥 약 100채가 피해를 입었다. 누네즈 장관은 올해 1월 이후 산불로 사라진 면적이 5만㏊를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의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롱드 진화가 난항을 겪고 있어 상황이 나아진 다른 지역의 자원을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에 "전국, 특히 지롱드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로 인해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며 EU에 "시민보호 메커니즘의 가동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회원국이 대형 재난을 겪을 때 다른 회원국의 지원을 받는 제도다. 이에 따라 크로아티아의 수륙양용 소방항공기 2대, 포르투갈의 에어트랙터 헬기 2대,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블랙호크 대형 헬기 2대가 곧 투입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