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먹여 모녀 성폭행…"성범죄 엄벌" 정치인의 '두 얼굴'

입력 2026-07-23 20:34


이민자를 성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아동 성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발의안에 동참했던 스위스 우파 정치인이 정작 상습 성폭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22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슈피겔 등에 따르면 스위스 아르가우 검찰은 최근 아동 대상 성범죄 등의 혐의로 전 아르가우 주의회 의원 파트리크 프라이(57)를 기소하고 법원에 종신형을 요청했다.

프라이는 2023년 9월 체포되기 전까지 폴란드 출신 동거인과 그의 딸, 전 부인 등 3명을 상대로 상습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당시 14∼15살이던 동거인의 딸 등에게 약물을 먹여 기절시킨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을 잃었던 피해자들은 범행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했으나, 수사당국은 범행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을 근거로 미성년 피해자가 최소 40시간 성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약물로 인해 피해자들이 숨질 수도 있었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했다.

그의 정치 행보는 정반대였다. 프라이는 수감 직전까지 스위스국민당(SVP) 소속으로 활동하며 의회에서 성범죄 문제를 외국인 탓으로 돌렸고, 체포 직전에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발의안에 서명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이민 강경책을 앞세우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SVP는 스위스 인구를 1,000만명 이하로 제한할지 묻는 지난 6월 국민투표에서도 이민자 성범죄 비율이 높다고 주장하며 찬성 운동을 폈다. 이 국민투표는 찬성 45%, 반대 55%로 부결됐다.

피해자 모녀는 2021년 휴가 중 프라이를 알게 돼 이듬해부터 그의 집에서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서류상 가사도우미였지만 월급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스위스 이민행정 당국은 체류 허가를 받으려 허위 계약을 맺었다고 보고 과태료 2,160프랑(약 390만원)을 부과한 뒤 스위스를 떠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