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시장 예상을 전방위로 뛰어넘는 2분기 성적표를 내놓고도 시간외 거래에서 4%대 급락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대형 기술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알파벳은 컨퍼런스콜 진행 중 연간 자본지출 가이던스 상향을 언급한 뒤 낙폭을 키웠다.
알파벳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1198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약 1169억 달러)를 웃돌았다. 1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 기록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9.11달러로 컨센서스(2.91달러)를 압도했으나, 이는 스페이스X 상장 과정에서 발생한 보유 지분증권의 미실현 평가이익을 일시에 반영한 결과다.
핵심 사업부인 구글 클라우드는 전년 대비 82% 급증한 248억 달러 매출로 실적을 견인했다. 클라우드 성장률은 월가 컨센서스인 65%를 상회했고, 헤지펀드 등이 위스퍼넘버로 제시한 70~75%도 뛰어넘었다.
클라우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20.7%에서 35.6%로 뛰어올랐으며, 수주잔고 역시 한 분기 만에 500억달러 이상 불어나 5140억달러에 달했다.
검색 매출도 633억 달러로 17% 늘었고, 유튜브 광고는 111억 달러로 13% 증가했다. 제미나이 앱 월간 이용자는 9억 5000만 명, 모델 API가 처리하는 토큰은 분당 220억 개로 한 분기 만에 160억 개에서 늘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월드컵 기간 검색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AI 모드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확대 이후 월간 활성이용자 10억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 예상보다 더 커진 자본지출…단기 마진 둔화 예고
알파벳은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을 막대한 추가 투자에 쏟아부으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알파벳이 공개한 2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91억달러 수준이지만, 자본지출이 449억 달러에 달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9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최근 1년간 잉여현금흐름은 533억 달러로 여전히 플러스지만, 메모리 반도체 등 가격 상승과 경쟁 심화로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아나트 아쉬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연간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기존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올렸다. 시장이 상단으로 예상하던 200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또한 2027년에도 자본지출이 상당폭 증가할 것이라며 막대한 수요로 인한 추가 투자 확대 계획도 열어뒀다. 월가는 알파벳의 내년 연간 자본지출로 약 2630억 달러, 헤지펀드 등은 최대 3500억 달러까지 지출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알파벳이 자체 데이터센터 외에 외부 업체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네비우스, 코어위브 등 네오클라우드 업체 주가는 시간외에서 1%가량 추가 상승 중이다.
아쉬케나지 CFO는 "공급이 제약된 환경에서 3분기에는 제3자 인프라 사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며 "해당 용량에 대한 원가 때문에 클라우드 영업이익률에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위즈 합병 등으로 인한 마진 둔화 가능성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차이 CEO도 이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몇 달간 비용은 매우 높을 수 있지만, 계약 수명 전체로 보면 투자수익률(ROI)이 확실히 플러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보완할 자체 기술인 TPU는 매출 반영 시점이 뒤로 밀렸다. 알파벳은 이번 2분기에 외부 고객에게 TPU 시스템을 처음 인도했고, 관련 매출의 대부분은 내년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 메모리·인프라엔 반짝 호재?…빅테크엔 커지는 부담
알파벳의 이러한 자본지출 확대는 공급망 핵심 기업들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에 대한 추가 투자 소식에 마이크론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이 시간외에서 1% 안팎 반등 중이다.
반면 메타와 아마존은 각각 1% 이상 하락하는 등 AI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온 나머지 대형 기술기업들은 하락폭을 키웠다.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2000억달러로 제시한 상태다. 또한 이날 범용인공지능(AGI) 조직 일부 인력을 감원하는 등 자원 재배치가 이어지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막대한 자본지출은 미 채권시장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날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12거래일 연속 5%를 웃돌아 2007년 이후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토니 로드리게스 누빈자산운용 채권전략 총괄은 "정부든 하이퍼스케일러든, 발행 주체가 누구든 이제는 장기 구간에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개장 전 실적을 내놓은 GE 버노바는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10억 달러 상향하고도 장중 8% 넘게 내렸다. 마진 전망을 그대로 둔 데다 눈높이가 이미 너무 높아진 탓이다. 애덤 크리사풀리 바이털널리지 애널리스트는 "표면상 강세인 수치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장비 업체의 공통 테마가 됐다"며 "업계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는 AI 투자로 인한 마진 하락과 순이익 둔화에 시간외에서 4% 넘게 하락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핵심 사업부인 인프라 부문 실적 악화를 예고했던 IBM도 소폭 하락 전환하는 등 다음 주 나머지 대형 기술기업 실적 발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