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VIP운용 대표 "대주주 아프면 주가 뛰는 비극, 법으로 끝내야"

입력 2026-07-22 14:49
수정 2026-07-22 15:28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주가누르기방지법, 왜 지금 필요한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대표는 이 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인 '주가를 낮게 유지할 경제적 유인'을 제거하는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 지수는 올랐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전



최근 1년의 지수 상승은 사실상 반도체가 이끌었다.

반도체 주요 5개 기업을 제외하면 코스피 지수는 21일 기준 6748포인트가 아니라 2787포인트에 그친다.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못 미치는 PBR 1배 미만 기업은 586곳(코스피 상장사의 73%)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지수 상승이 만든 착시 뒤에서 저평가는 더 깊어진 것이다.

원인은 낮은 주가가 대주주에게 유리한 세금 구조다. 상속·증여세는 기준일 전후 각 2개월(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주가가 낮을수록 대주주의 세 부담도 줄어드는 구조다. 오너의 건강 이상설이 돌 때마다 주가가 급등하는 '승계 랠리'가 반복되는 이유다. 김 대표는 "대주주의 건강 악화나 사망 소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되는 비극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 "문제는 불법이 아니라 유인"

김 대표는 토론회에서 "시세조종처럼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경영 판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주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 축소, 현금 사내유보,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 중복상장, 승계 전후 보수적 실적 관리, 소극적 IR이 대표적이다.

이는 배당정책, 자금운용, 지배구조에 관한 경영 판단이라 처벌하기 어렵지만 이런 결정이 반복되면 기업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주주환원이 줄어 주가는 장기간 낮게 머문다. 김 대표는 "이런 행위 대부분은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는 "낮은 주가를 유지해 얻는 이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주가누르기방지법의 방식은 간단하다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최대주주가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주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비상장주식에 적용해 온 평가방식을 준용해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하면 주가를 아무리 눌러도 세금이 그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니 주가를 누를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평상시 거래나 일반투자자와는 무관하며 최대주주의 상속·증여 시점에만 작동한다.

이 평가방식은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김 대표는 "비상장주식에는 이미 순자산가치 80% 하한 규정이 적용돼 1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며 "이를 상장주식에 준용하면 제도 혼란을 줄이면서 공정한 가치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제도

주가누르기방지법이 시행되면 대주주의 셈법은 반대로 바뀐다. 주가를 눌러도 세금은 줄지 않고, 현금과 유휴자산을 쌓아둘수록 세금만 늘어난다. 기업은 쌓아둔 현금을 신규 투자와 배당·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환원으로 돌릴 유인이 생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PBR 기업이 '영원히 싼 주식'이 아니라 재평가 후보가 된다. 이런 변화가 쌓이면 장기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법안에는 최대주주 20% 할증과세 폐지와 상장주식 물납 허용도 함께 담겼다. 저평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최대주주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저평가를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길은 막되, 기업가치를 높여 온 정상적인 기업의 승계 부담은 덜어주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인 셈이다. 상속인이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할 필요가 없어져 매도 물량 부담(오버행)에 따른 주가 충격도 줄어든다.

결국 이 법이 지향하는 것은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주가를 누르면 대주주에게 손해가 되고 기업가치를 높이면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이익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주주와 소액주주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인데, 지금 제도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게 만들고 있다"며 "주가누르기방지법은 그 동상이몽을 끝내고 모두가 기업가치 제고라는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