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발해 지난 2024년 학교를 점거하고 시설물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생들이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방해와 공동퇴거불응,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동덕여대 당시 총학생회장 최모씨 등 11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24년 11∼12월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방침에 반대하며 24일 동안 본관을 점거하고 교내 시설물에 래커 칠을 하는 등 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이모씨는 총장 비서실 직원이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워 출입을 막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감금 혐의)도 받는다.
이날 피고인 측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학생의 본관 등 점거로 인해 "교직원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방해가 발생했다고 해도 위력 행사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퇴거불응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공소사실에 기재한 시기에 본관 등에 머물지 않았다"거나, "학교 측의 퇴거 요청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총학생회장으로서 점거에 동참한 혐의를 받는 최씨 측은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학생들에게 퇴거를 요구하기 위해 거기(점거 장소)에 갔을 뿐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게 아니"라며 "(학생들을) 퇴거시킬 방법이 없었다. 퇴거시킬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당시 점거 현장에서 청소나 물품 관리를 하거나 잠시 들렀을 뿐 점거를 목적으로 머무른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피고인들은 본관 로비와 기둥, 벽면, 100주년기념관 외부 계단 등에 래커 칠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시설물의 효용·가치 자체가 침해된 것은 아니라며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형법은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등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 효용을 해치는 행위를 재물손괴로 규정하고 있다.
김 판사는 오는 9월 16일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 대한 피고인 측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약 4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총장 명의로 최씨 등 21명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이후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등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이 수사를 이어갔고, 지난해 6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검찰에 질문하고 싶다. 대학 내부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에 형사처벌을 강행하는 게 공익에 부합하는지"라며 "기소 결정은 매우 부적절하고, 학생 공동체 전반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