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때 응급실 지켰는데...퇴직 보건소장에 돌아온 건

입력 2026-07-22 17:40
수정 2026-07-22 19:19


의료대란으로 폐쇄 위기에 놓인 공공병원 응급실에 취업해 야간·휴일 진료를 맡았던 퇴직 보건소장이 사전 취업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남의 한 지역에서 보건소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2023년 11월 퇴직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듬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잇따라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이 커졌고, 정부는 같은 달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정부는 부족한 의료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시니어 의사 지원 사업'을 통해 은퇴 의사들의 공공의료 현장 복귀를 장려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진료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폐쇄 위기에 놓인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의 사정을 접했다.

당시 동부병원은 응급실 의사 정원 5명 가운데 4명이 빠져나간 상태였고, A씨는 2025년 9월 동부병원 응급실의 진료의사로 취업해 야간과 공휴일 진료를 담당했다.

그는 "동부병원 측은 사람이 없어 응급실 폐쇄를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시는 필수의료 분야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했다더라"며 "이 병원에서 응급실을 지키며 1년 가까이 야간과 공휴일 진료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4월 불거졌다. A씨가 과거 보건소장으로 근무했던 지역의 자치단체가 퇴직 공직자의 임의 취업 여부를 확인하는 일제 조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통보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취업한 A씨는 통보를 받은 뒤 즉시 사유서를 제출하고 인사혁신처에도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그러나 경상남도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5월 A씨가 동부병원에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은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취업 제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임의 취업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관할 법원에 통보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가 사전 취업 심사를 거치지 않고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 임의로 취업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A씨는 "현재 과태료 관련 재판 중이며 절차를 몰랐던 점은 나의 불찰이라고 재판부에도 인정했다"며 행정 절차를 지키지 못한 책임은 인정했다.

다만 그는 "국가는 한 손으로는 지원금을 들고 '와 달라'고 했고, 다른 손으로는 과태료 고지서를 내밀었다"며 "이는 위기 때 현장으로 달려갈 의사들의 발을 묶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퇴직 공직자가 임상 진료를 목적으로 공공의료기관에 취업할 경우 취업 심사 절차에 예외를 두는 특례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