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며 조정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현 시점을 약세장 진입이 아닌 수급 악순환에 따른 극심한 변동성 장세로 진단했다. 기업 펀더멘털의 근본적인 훼손보다는 투자 심리 위축과 파생상품 물량 출회에 따른 과매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 센터장 절반 "코스피 하단 6000~6500선 지지"
한국경제TV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증시 전망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인 9명은 코스피 하단 지지선으로 6000~6500선을 제시했다. 이어 6500~7000선을 하단으로 본 센터장이 4명으로 뒤를 이었다.
센터장들은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8배 수준까지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추가 하락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현 지수대는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밀린 상태라는 지적이다. 단, 일부 기관(상상인증권·KB증권)은 극단적 악재를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하단이 4000~4500선까지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을 내놓기도 했다.
● 조정 원인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와 '수급 불균형'
상반기 상승세를 이끌던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선 핵심 원인으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과 수급 불균형이 꼽혔다.
설문 참여자 중 10명의 센터장은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를 결정적 계기로 지목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과 메모리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그간 지수를 견인했던 반도체 대형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개인·외국인의 수급 불균형(8명)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회(7명)가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CFD(차액결제거래), 신용 계좌의 반대매매 물량이 지수 하락 시 프로그램 매매와 얽히며 낙폭을 키웠다"고 해석했다.
● SK하이닉스 실적 반등 '분수령'… 저가 매수 접근 유효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추세적 하락으로 보지 않으며, 7월 중 반등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반등이 시작되더라도 수급 매물 정리 과정이 필요해 상반기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바로 재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는 분석이다.
지수 방향성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분수령으로는 오는 29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꼽힌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에는 실적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선반영되어 있다"며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익 가시성이 확인되는지가 하반기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현 주가 수준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세 대비 주가는 저평가 영역에 있어 최근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이 입증된다면 반도체 업종을 시작으로 소부장, 인프라 등 전반으로 상승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