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사수' 사활 속 단비…쿠팡 화재 주불 잡히나

입력 2026-07-20 18:07


사흘째 이어진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큰불 진화를 뜻하는 '초진' 선언이 검토되고 있다. 한때 우려됐던 건물 붕괴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석경 인천 서부소방서장은 20일 현장 브리핑에서 진화에 얼마나 더 걸리느냐는 질문에 "저희 목표는 오늘 밤 안에 어떤 결단을 내려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진이나 대응 단계 하향 등을 특정할 수는 없으나, 이를 비롯해 소방력 운영체계에 변동을 줄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 특성상 불길이 언제든 다시 번질 수 있어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 상황이 유지되면 급격한 연소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소방 당국은 불이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국가소방동원령을 유지하며 진화 장비 231대와 인력 812명을 투입해 확산을 막아왔다. 특히 발화 지점 바로 아래층인 5층에는 전기차 20대 분량의 리튬배터리를 실은 물류로봇 수백대가 있어 이곳으로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도 옥상층 진화에 다소 힘을 보탰다.

진화 상황은 동별로 갈린다. 이 물류센터는 A·B동과 주차 램프구역(화물차 진출입로)으로 나뉘는데, 처음 불이 난 B동 6∼7층의 불길은 대부분 소진됐고 A동으로 옮겨붙은 불은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B동은 미세한 연기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잦아든 반면, A동 6∼7층에서는 여전히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와 고가차 등이 쉴 새 없이 소화용수를 뿌리고 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이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B동 쪽은) 적재물이 모두 타버려 (더는 불이 없는 상태로) 예측된다"며 "A동 쪽은 아직 불이 있지만 계속 끄고 있기 때문에 (불길이) 많이 달래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붕괴 우려도 상당 부분 걷혔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소방청 드론을 투입해 건물 내부 구조체 형상을 확인한 결과, 불에 탄 B동은 더 이상 붕괴 위험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A동은 한때 전도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차 램프까지 영향권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위험성이 크게 해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영석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구조 전문가는 현장 브리핑에서 "전도 확률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소방 당국이 열을 식히는 활동을 했다"며 "화재 진원이 되는 '열원'이 소진돼 붕괴 가능성은 많이 줄었다. 붕괴 위험도는 전체적으로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날 오후 11시부터 화재 현장 반경 116m 이내에 대피령을 내린 서해구는 초진 등 현장 상황에 맞춰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도 윤 장관을 만나 "소방 당국이 초진을 선언하면 지자체가 주민 대피령을 해제하고 경찰은 B동 쪽 도로 1차로를 통행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피 대상에는 쿠팡 남측 상가·공장이 포함됐고 주거지는 빠졌지만, 연기와 분진 피해를 우려한 주민 160여명이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소방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진화를 이어가면서 3개 지점에 붕괴 경보기를 설치해 위험 상황 발생 시 즉시 작동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번 불은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발생해 사흘째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건물 안에 있던 물류센터 직원 등 121명은 스스로 대피했으며, 진화 작업 중이던 소방대원 2명이 연기 흡입과 탈진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