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더욱 인기"…다이소도 아닌데 4000원대 가방 선보인 브랜드

입력 2026-07-20 06:29
수정 2026-07-20 06:29


고물가와 고금리,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주택과 자동차 등 고가 제품 구매를 미루는 대신 몇 달러짜리 '미니 제품'으로 작은 만족을 얻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은 사치'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가 판매하는 2.99달러(약 4450원)짜리 미니 토트백은 출시될 때마다 몇 분 만에 품절되고 있다. 소비자 한 명이 대여섯 개씩 구매하는 사례도 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형 주택용품업체 로스에서는 2달러가 채 되지 않는 초소형 플라스틱 양동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이가 10㎝ 남짓한 이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청소용품과 수도꼭지, 가전제품 등 다른 상품까지 함께 구매하면서 매출 증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로스는 "작은 양동이가 침체된 홈인테리어 시장 매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품 인기가 이어지자 최근에는 한정판 색상도 추가로 선보였다.

이 같은 '미니 열풍'은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넘어 주류와 가전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100mL 용량의 소형 위스키를 재출시했고, 홈디포는 2달러 미만의 소형 수납함을 내놨다.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 크기만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귀여운 디자인과 다양한 색상, 한정판 전략 등을 활용해 소비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비교적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즐거움과 희소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경기 불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 형태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기에 제품 용량을 줄이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기존 제품의 미니 버전을 별도 상품으로 출시하는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찰스 채핀 아이오와주립대 금융심리학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실패 부담이 작은 저가 상품을 먼저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대규모 지출을 꺼리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금 상승세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운데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불안과 의료비·주거비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마이클 스코델레스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큰 지출보다 작은 만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 = 트레이더 조스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