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구글이 유럽연합(EU)에 46억 유로(약 7조8,000억원)의 과징금을 완납했다. 올해 EU 전체 예산의 2%에 달하는 규모로, 회원국 분담금 부담을 덜어주며 빠듯한 각국 재정에 숨통을 틔우게 됐다.
17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구글은 EU 집행위원회와의 수년간 법적 분쟁 끝에 이달 초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과징금 처분이 확정되자 최근 전액을 납부했다.
과징금의 출발점은 2018년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앱스토어 구글플레이를 탑재하는 조건으로 자사 검색엔진과 크롬 브라우저를 기본 탑재하도록 해 경쟁 업체를 배제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처분을 내렸다. 구글은 부당하다며 8년간 소송으로 맞섰지만 결국 처분을 뒤집지 못했다.
납부된 과징금은 EU 공동 재정으로 편입돼 당장 올해 회원국들의 재정 수요를 메우는 데 쓰이게 됐다고 EU 집행위원회의 한 관계자가 폴리티코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후반 발표될 EU 예산 수정안에 46억 유로의 추가 세입이 반영될 것이라며 "이는 회원국들이 부담해야 할 국민총소득(GNI) 기준 분담금을 그만큼 줄이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EU 중앙 예산은 대부분 회원국 정부의 분담금으로 조성되며, 농업 보조금이나 저소득 지역 지원 등 주요 정책 재원으로 쓰인다.
시점도 절묘하다. 중동 전쟁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저조한 경제 성장으로 재정이 빠듯해진 회원국들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EU 전체 예산의 약 4분의 1을 책임지는 독일은 이번 과징금 덕분에 약 10억 유로(약 1조7,000억원)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추가 세입도 기대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소액 해외 소포에 3유로(약 5,000원)의 통관 수수료를 매기고 있어서다. 수수료 수입의 75%는 EU 예산으로 귀속되고 나머지 25%는 각 회원국 정부가 가져간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