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사다리” vs “집값만 자극”…청년 대출규제 완화 놓고 격론

입력 2026-07-15 23:27
금융 분야 부동산 토론회 전세 대출·이주비·총량규제 해법 놓고 전문가 의견 갈려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금융지원 확대가 오히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금융정책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고 학계 전문가와 금융·주택·건설업계 관계자, 일반 국민 등 약 70명과 청년 정책대출, 전세대출,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보호할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두고는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이대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6·27 대책 이후 축소된 정책대출 한도를 회복·확대해 청년층 주거복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도 청년이 사야 할 집값만 오르고, 늘어난 대출 한도는 매도자와 개발업자의 이익으로 귀속된다"며 "목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층 주거복지 안정은 대출 규제 완화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라며 "청년특별공급이나 청년공공임대 확대 등 공급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도 "현재 집을 사는 20~30대의 경우 전체 자금 조달의 70%가 부모·조부모로부터 받은 돈"이라며 차등 없는 지원이 집값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청년층 전체가 아닌 실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백시정 네이버 부동산카페 '아름다운 내집갖기' 운영자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2억 원이고, 평균 가격은 15억 원인데 (주담대) 제한 기준을 너무 낮게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출은 돈이 없는 사람이 받는 건데, 주택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청년대출이나 전세대출을 완화한다는 입장이 없어 20·30대 입장에서는 불평등하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짚었다.

●'무한 레버리지' 전세대출…지원 범위 놓고 공방

전세대출을 두고는 취약계층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출이 확대되면 수요만 늘어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지원 대상을 보다 정교하게 선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은 자기자본 없이 주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금융적으로는 '무한 레버리지'와 같다"며 "공급이 고정된 상태에서 전세대출이 늘어나면 수요가 크게 증가해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서울 일부 지역 집값만 보면 정부가 자산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산 양극화와 직주근접 문제, 저출산 등 부동산 시장이 초래하는 사회적 부작용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정책은 대출 규제를 통해 주택 수요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타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세대출 역시 대부분 보증기관의 보증을 기반으로 한 정책성 대출인 만큼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영수 상무도 취약계층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역별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투기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전세대출 확대는 필요하지만, 투기지역까지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현재 문제는 서울 등 특정 지역의 공급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원장 삼프로TV 기자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세대출은 확대하면 확대했지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임대주택 재고율이 6~7%에 불과한 상황에서 전세대출이 주거복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비 대출 규제..."공급 차질 vs 혜택 쏠림"

이주비 대출 규제를 두고는 주택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부 정비사업 조합원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반론이 맞섰다.

이대열 본부장은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조합원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다주택자가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면서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주비 대출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두진 서울시 부동산금융분석팀장도 "서울시 조사 결과 이주비 대출 문제로 이주가 원활하지 않은 지역이 분명히 있다"며 소규모 정비사업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반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현재도 이주비 대출을 6억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규제를 더 완화하면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일부 재개발·재건축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전년도 가계대출의 1.5% 이내로 증가율을 묶는 '총량 규제'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가족 간 대여금과 사내대출 등 사적 금융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영수 상무는 "공적 금융뿐 아니라 가족 간 대여금과 직장 대출 등 사적 금융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재의 대출 총량 규제로는 이를 막기 어렵다"며 "가족 간 대여금 등을 DSR 심사에 반영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미루 박사는 "(총량 규제를)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유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 부과 제안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가주택 보유자나 고액 대출 차주에게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대출이라는 사회적 자본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데 비용을 부담시켜 수요를 억제하자는 취지다.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적용 대상과 부담 주체를 둘러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은 중장기적으로 유효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고가주택의 경우 대출 한도가 최대 2억 원 수준인 만큼 부담금만으로는 수요 억제 효과가 크지 않아 DSR·LTV 규제와 함께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하면 그림자금융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적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영수 상무도 "부담금을 개인에게 직접 부과하면 저항이 클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회사가 기금을 조성해 금융 시스템 위험에 대비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토론회는 답을 정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실타래처럼 얽힌 부동산 문제를 국민의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현장의 고민과 의견을 정책의 토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4일 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부처별 릴레이 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이어 16일에는 재정경제부 주재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