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막바지 신호?…역대급 신주 물량에 월가 '불안'

입력 2026-07-15 16:37


자금 조달에 나선 글로벌 대기업들이 역대급 신주 물량을 쏟아냄에 따라 3년 9개월째 이어진 미국 증시 강세장이 '주식 공급 과잉'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 풀린 물량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사상 최대인 750억달러(약 111조원)어치를 발행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에 앞서 850억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외국 기업 기준 최대 규모인 265억달러(약 38조6,000억원)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찍어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급된 신주는 3,447억달러어치에 이른다. 2022~2025년 연간 총공급액을 모두 웃도는 물량이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 등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공급 압박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재원 확보라는 공통된 사정이 자리한다. 넉넉한 현금흐름을 앞세워 자사주를 매입해 온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도 이제는 매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현금을 끌어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의 올해 총 설비투자(CAPEX)는 지난해 4,500억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8,000억달러로 전망되며, 내년에는 1조달러 선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주식 공급 급증은 강세장 말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였다는 점에서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 투자운용사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설립자 롭 아노트는 "주식 공급 급증은 강세장 후반부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공급 과잉이 1999~2000년 닷컴 버블 붕괴의 방아쇠를 당겼던 전례를 상기시켰다.

다만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증시 규모가 80조달러에 달하는 만큼 신규 발행 물량이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크트리 캐피털 공동 창업자 하워드 막스는 주식 물량 과다와 자사주 매입 감소가 언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짚으면서도, 이 두 가지 요인만으로 강세장이 마감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