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게 파는 외국인…'1040'에 답 있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입력 2026-07-14 05:40
3개월간 코스피서 110조원 순매도 글로벌 자금 리밸런싱 여파 UCITS, EM 지수 내 강제 비중 조절


SK하이닉스가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넘게 급락했다.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성공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과연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파티는 끝난 것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주를 사정없이 밀어내고 있는 글로벌 수급의 거대한 메커니즘을 진단한다.

● 외국인 장기 매도의 실체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1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39조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3개월로 범위를 넓혀보면 순매도액은 110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도 행렬의 핵심 원인으로 '해외 자본의 리밸런싱'을 꼽는다.

글로벌 펀드 시장의 약 40%를 지배하는 규정인 'UCITS(유럽 집합투자기구 규정)'가 대표적이다. 이 규정에는 위험 분산을 위해 △'단일 종목을 펀드 자산의 10%를 초과해 담을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비중 5%이상 종목의 합이 전체의 40%를 넘어서도 안 된다'는 기준도 있다. UCITS의 10/40룰이다. 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는 패시브 ETF는 이 제한이 20%까지 완화되지만, 매니저가 종목을 고르는 유럽계 '액티브 공모펀드'는 종목당 10% 한도를 철저히 적용받는다.

문제는 대만 TSMC 주가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오르면서 신흥국(EM) 지수 내 비중이 15.32%까지 치솟았다는 점이다. 유럽계 액티브 펀드들은 UCITS를 지키기 위해 TSMC 비중을 10% 밑으로 낮춰야 하는 수급 압박이 지난 2년간 누적돼 왔다.

HSBC가 5월 발표한 글로벌 신흥국 펀드(GEMs) 리포트에 따르면 유럽 펀드들은 TSMC를 EM 지수 내 비중보다 3%p이상 덜 담는 '언더웨이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오답 허용 한도 소진…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불똥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EM 지수 내 비중이 각각 8%, 7% 수준이다. 10% 한도에 걸리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해외 자금의 매도 폭탄을 맞고 있다. 이는 '오답 허용 한도(트래킹 에러)'가 소진된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유럽 펀드 매니저들은 EM 지수라는 '정답지'와 똑같이 펀드 내 주식을 담아야 한다. 다만 정답지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기에, 조금은 다르게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된 '오답 허용 한도'가 주어진다.

가령 오답 허용 한도가 10점이라고 가정해 보자. 여기(EM 지수)서 가장 점수가 높은 문제인 TSMC는 정답(15.32%) 대신 USITC 한도(10%)까지만 적어낼 수 있다. 이로 인해 오차 점수를 6점가량 날려버리게 된다.

남은 허용 점수가 3~4점밖에 없는 상태에서 주가가 요동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펀드 매니저들에게 시한폭탄이다. 조금만 오차가 커져도 오차 한도를 초과해 규정 위반으로 낙제를 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매니저들은 생존을 위해 계좌의 위험 점수를 강제로 가라앉히고자 바스켓 내에서 덩치가 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식을 기계적으로 내다 팔아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블랙록(7.5%), 피델리티(8%), JP모간(7%) 등 운용사들은 유럽용 펀드를 내놓을 때 '내부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두고 있다. 법적 한도인 10%를 넘어서 문제가 되기 전에 내부 기준(종목당 7~8% 한도)을 설정해서 위험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1년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하며 EM 지수 내 비중이 7~8%대에 달하자, 자체 상한에 도달하며 기계적 매도가 자동 실행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스템적 압박으로 인해 앞으로 흘러나올 수 있는 잠재 매물이 최소 40조~최대 8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 40조~80조원 '매물 폭탄' 계산 방식



전문가들은 글로벌 리밸런싱으로 인해 앞으로 흘러나올 수 있는 외국인의 추가적인 잔여 잠재 매물이 최소 40조원, 최대 8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UCITS 10%룰에 따른 기계적 강제 매도(약 15조~20조원)

유럽 신흥국 펀드(GEMs)와 글로벌 펀드에서 TSMC 초과 보유분을 덜어내고, 오차 한도를 맞추기 위해 한국 반도체 비중을 기계적으로 조정하면서 발생하는 1차적 매도 물량이다.

GEMs 액티브 펀드 운용자산 113조원 × TSMC 초과 보유분 2% = 약 2.3조원

글로벌 펀드 운용자산 1.8조 달러 × 한국 반도체 비중 조정분 0.5% = 약 13.5조원

△운용사 내부 상한과 트래킹에러 한도 초과에 따른 구조적 매도(약 10조~15조원)

블랙록, 피델리티 등 거대 운용사들의 자체 상한선(7~8%)을 돌파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내부 규정상 강제로 축소해야 하는 펀드들의 물량이다.

글로벌 펀드 운용자산 2.7조 달러 × SK하이닉스 등 내부 한도 초과 물량(0.3~0.5%) = 약 10조~15조원

△헤지펀드 차익실현과 로테이션 전략 매도(약 9조~22조원)

주가가 폭등한 수익 구간에서 대만 내 2차 벤더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공급망으로 자본을 이동시키는 헤지펀드의 전략적 매도 물량이다.

외국인의 삼전·닉스 보유 추정액 중 500% 이상 수익 구간 자금 × 차익실현 대상 비율(1~2%) = 약 9조~22조원

3가지 경로의 최솟값을 합산하면 보수적 추정치인 약 35조~40조원이 도출된다. 최댓값을 모두 합산할 경우 공격적 추정치인 약 55조~80조원의 잠재 매도 폭탄 규모가 산출된다. 기업의 가치가 훼손돼서가 아니라, 기계적인 펀드 룰이 만들어낸 거대한 수급의 장벽인 셈이다.



● 장기공급계약(LTA)의 역설



최근 실적 눈높이가 소폭 하향 조정된 점도 외국인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60조 4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역사적인 호실적임은 분명하지만 시장의 극단적인 눈높이였던 65조원보다는 약 8%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기대치와 추정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은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맺은 1~2년 단위의 '장기공급계약(LTA)'의 역설 때문이다. 그동안 LTA는 반도체주의 주가를 밀어 올리는 핵심 동력이었다. 등락폭이 극심한 반도체 사이클 산업에서 거대 고객사를 1~2년 단위로 묶어둠으로써 다운사이클의 진입을 늦출 수 있다는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D램 현물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D램 가격이 시장에서 올라도 이미 고정된 가격으로 맺어둔 LTA 때문에 당장 상승한 제값을 실적에 100%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폭이 단기적으로 둔화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의 대응 차이도 변동성을 키웠다. 마이크론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LTA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3~5년 단위의 '전략적 고객 협력 계약(SCA)' 구조를 전격 공개했다. 더 긴 호흡의 실적 안전장치를 투자자들에게 내보이며 눈높이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반면,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잠정 실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세부적인 계약 내역이나 구체적인 조건이 빠진 '예상 실적'만 공개된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2분기 실적 발표까지는 시차가 있다보니 국내 반도체주의 '방어 논리'가 제한적이게 된 것이다.

결국 장기 계약의 실질 마진과 새로운 계약 형태 등 명확한 세부 데이터가 확인되는 본 실적 발표 전까지는 대형 반도체주를 둘러싼 글로벌 수급 꼬임과 공방전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 미국 지수 편입 시간표



외국인 자금의 구조적 매도세를 해소할 탈출구는 유럽 펀드 규제를 받지 않는 미국계 달러 자금의 유입이다.

대표적인 표적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편입이다. 편입만 된다면 약 3조원~6조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된다. 다만 일정이 빠듯하다. SOX는 연 1회 9월에만 정기 리밸런싱을 진행하는데, 상장 6개월 이상 종목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7월 10일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은 올해 9월 편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년 9월에나 기회가 온다.

하지만 당장 올해 9월에 숨통을 틔워줄 강력한 구원투수가 존재한다. 순자산 700억 달러(약 1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ETF인 'SMH(반에크 반도체 ETF)'다. SMH가 추종하는 지수는 SOX와 달리 상장 기간 제한이 없으며 매년 3월, 9월 연 2회 종목을 교체한다.

SK하이닉스 ADR은 올해 9월 SMH 편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 SMH내 3% 비중으로 편입될 경우 패시브 자금은 21억 달러, 5% 비중일 경우 35억 달러의 유입이 기대된다. 코스피 SK하이닉스 보통주는 나스닥 SK하이닉스 ADR과 가격이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이 거대한 달러 원군은 국내 반도체주의 수급 꼬임을 풀고 주가를 반전시킬 결정적인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