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열풍이 부는 중국에서 실험용 원숭이 몸값이 공급 부족으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동물실험용 원숭이의 수급난과 가격 상승에 부담을 겪고 있다. 인간과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비인간 영장류 동물실험에는 붉은털원숭이와 게잡이원숭이가 주로 쓰이는데, 이 가운데 사용 빈도가 더 높은 게잡이원숭이의 경우 최근 한 제약회사가 받은 견적이 한 마리당 20만위안(약 4,433만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최고가에 근접한 수준이다.
가격은 그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0∼2022년에는 공급망 단절과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연구개발 수요 증가가 겹치며 실험용 원숭이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혁신 신약 업계의 자금조달이 둔화하고 연구개발 지출이 줄면서 2023년부터는 10만위안(약 2,216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다 신약 연구개발 열기가 다시 달아오른 지난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임상시험 건수는 사상 처음 5,000건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중 신약 임상시험이 2,997건으로 57.5%를 차지했다.
정부조달 계약에도 몸값 급등이 반영됐다. 지난 6월 16일 중국식품약품검정연구원이 게잡이원숭이 40마리를 구매하면서 한 마리당 17만8,000위안(약 3,945만원)에 낙찰됐고, 앞서 3월 5일 중국과학원 상하이약물연구소의 낙찰 공고에서는 450마리가 5,895만위안, 즉 마리당 13만1,000위안(약 2,903만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사재기가 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의혹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일부 의약품 연구개발 위탁기관이 실험용 원숭이를 고의로 사재기해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있다고 제일재경에 전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통상 원숭이 58마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게잡이원숭이는 동남아시아가 원주지로, 중국에서는 주로 기후가 온화한 남부 광둥성과 광시좡족자치구, 윈난성 등에서 사육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실험용 원숭이가 연간 3만마리가량 필요한데 1만마리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한다. 원숭이는 사육·번식 주기가 길어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