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기밀 훔쳤다"...애플, 블록버스터급 소송 제기

입력 2026-07-11 11:12


애플이 한때 협력 관계였던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자사 영업비밀을 빼내 갔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오픈AI와, 오픈AI로 자리를 옮긴 전직 애플 임직원 2명 등에 영업비밀 침해 등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법에 냈다.

24년간 애플에서 일하며 아이폰·애플워치의 제품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지냈던 탕 유 탄 오픈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와 애플에서 8년간 선임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던 창 리우가 내부 기밀 정보를 탈취해 오픈AI로 이직했다고 애플은 소장에서 주장했다.

지난 1월 창 리우가 오픈AI에 합류한 이후에도 애플 소유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고 애플 내부 저장소에 접근, 미공개 제품 정보와 회로기판 제조 등 기밀 파일 수십 개를 내려받았다는 것이다.

또 탄 CHO가 퇴사 전 공급망과 업계 요약 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애플은 아이폰·애플워치·맥북 등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사양과 제조 공정, 공급망 전략 등 지식재산권(IP)이 오픈AI 측에 무단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탄 CHO가 오픈AI에서 채용 면접을 주도하며 이직을 원하는 애플 재직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캐묻고 실물 부품을 가져와 보여달라고 주문했다고 애플은 주장했다. 그는 오픈AI 입사가 결정된 애플 직원들에게 이를 숨기고 애플에 최대한 오래 머물라고 조직적으로 지시했다고 애플은 소장에서 밝혔다.

애플에서 오픈AI로 건너간 이직자가 400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담겼다. 오픈AI가 협력사에 접근해 애플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속여 금속 마감 기술 등을 확보했다고도 주장했다.

애플은 "오픈AI가 이제 갓 시작한 하드웨어 사업은 불법적으로 훔친 영업비밀에 의존해 그 핵심부터 썩은 불안정한 기반에 놓여 있다"고 맹비난했다.

애플은 당초 오픈AI 측에 이번 분쟁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모든 기밀 자료를 폐기하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또 법원에 이들이 탈취한 영업비밀을 즉각 사용 중단하고 폐기할 것과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명령해달라고 청구했다.

법원이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오픈AI는 차기 하드웨어 기기에 애플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도록 제품 디자인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이번 소송 피고에는 애플 주요 제품 디자인을 총괄한 조니 아이브 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설립한 기업 'io'도 포함됐다. 오픈AI는 지난해 io를 65억 달러(약 9조7천억원)에 인수했다.

애플과 오픈AI는 2024년까지만 해도 돈독한 관계였다. 애플이 새로 선보이는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 모델을 통합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에 사용할 AI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를 채택했다. 오픈AI도 io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춰 양사 관계에 금이 갔다.

오픈AI는 애플의 이번 소송 제기와 관련해 "우리는 다른 회사의 영업 비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전 세계 인류에게 힘을 실어주는 혁신 기술 개발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파올로 페스카토레 PP포사이트 분석가는 로이터 통신에 "의혹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이번 소송은 오픈AI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지연시키고 양사 간 파트너십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AI 분야 선두 기업 오픈AI에 소송을 제기하자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블록버스터급 소송'이라고 지칭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