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10일) 밤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SK하이닉스 ADR의 공모가가 149달러로 정해졌습니다. 국내 본주보다 높은 가격에 책정되면서, 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프리미엄을 받을지, 또 그 평가가 한국 본주까지 이어질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마켓딥다이브 이민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ADR 공모가가 본주보다 높게 나온 게 왜 중요합니까?
<기자>
ADR 공모가 149달러는, 구조상 본주 1주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입니다. 그러니까 'ADR 1주 = 본주 0.1주'인데 체감상 액면분할 같습니다. 이것과 환율을 감안하면 어제(9일) 기준 국내 본주 한 주보다 약 2~3% 높은 수준으로 계산되는데요.
이 말은 해외 투자자가 SK하이닉스를 한국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조금 더 높게, 프리미엄을 줬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을 반영해 현재 SK하이닉스 주가는 ADR 공모가를 넘어선 226만원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앵커>
지금은 출발이 좋아 보이는데, 상장되고 나면 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래서 상장 이후 두 가지를 봐야 합니다. 미국 ADR 가격이 공모가 149달러 위에서 추가 프리미엄을 쌓느냐, 아니면 단기 차익을 노린 매물이 나오면서 금방 공모가 아래로 밀리느냐입니다.
또 한국 본주와 미국 ADR 사이 가격 차이, 즉 괴리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입니다. 한국 주식을 ADR로, ADR을 다시 한국 주식으로 쉽게 바꿀 수 있으면 두 시장 가격은 거의 같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지금 구조는 전환이 그만큼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일부 괴리가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ADR이 본주보다 비싸면 ‘싼 본주를 사서 ADR로 바꿔 비싼 쪽에서 판다’는 논리가 생겨 본주 매수가 늘 수 있고, 반대로 ADR이 싸면 ‘ADR을 사서 본주로 바꿔 국내에서 판다’는 흐름이 생겨 국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수급 측면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우선 ADR 공모 수요가 공모 물량의 7배 가까이 몰렸다는 점만 놓고 보면 흥행입니다. 여기에 달러 표시로 미국 장중 거래가 가능해지면, 미국 기관·반도체 ETF 같은 패시브 자금이 하이닉스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길도 훨씬 넓어집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미국 자금이 국내 주가가 많이 빠졌을 때 아래쪽에서 받아주는, 이른바 ‘외국인 바닥 매수층’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다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돈의 성격입니다. 연금·대형 펀드처럼 오래 들고 가는 장기 자금이 많이 들어오면 상장 이후에도 수급이 안정적일 수 있고, 단기 이벤트성·차익거래 자금이 많으면 초반에 매수·매도가 빠르게 오가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앵커>
오늘 밤을 시작으로 예측이 중요한 시점인데, 증권가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지금까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안에서 국내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대표 반도체주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번 ADR 상장으로는 미국 나스닥에서 마이크론 같은 글로벌 경쟁사와 같은 무대에서 직접 비교를 받게 됩니다. 증권사들이 보는 12개월 선행 PER 기준으로 마이크론은 6.6배, 하이닉스는 5.2배 수준입니다. 여전히 디스카운트가 남아 있는 겁니다.
여기에 HBM 경쟁력, AI 서버 메모리 수요, 주주환원 확대 등을 감안하면 ‘이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고, 국내 증권사들이 400만원대, 많게는 430만원까지 목표주가를 올려 제시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SK하이닉스 현재 주가가 200만원을 넘는데, 목표가를 185만원으로 제시한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인프라 투자가 예전만 못하다며, 메모리 수요와 실적 모멘텀이 꺾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메모리 업황이 지금이 피크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논쟁,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처럼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과해질 수 있다는 우려, ADR 물량이 추후 더 풀리면서 단기적으로 오버행(매도 대기 물량)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거론됩니다.
<앵커>
원주를 사고 팔았던 국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ADR을 어떻게 접근해야 합니까?
<기자>
국내 투자자도 미국주식 계좌를 통해 SK하이닉스 ADR을 직접 살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를 따져보셔야 합니다. 일단 앞서 말한데로 ADR 가격이 본주 대비 비싼지, 싼지, 그리고 괴리가 어느 정도인지입니다.
또 하나는 세금입니다. 국내 상장주식은 일정 요건 내에서는 양도차익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지만, 해외주식·ADR은 매매차익이 나면 연간 전체 이익에서 250만원을 뺀 뒤, 나머지에 대해 22%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같은 하이닉스라도 국내 본주를 사느냐, 미국 ADR을 사느냐에 따라 세후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괴리율·세금·환율까지 함께 따져보고 판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증권부 이민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