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첫 신혼집 입주를 앞둔 20대 직장인 강 모 씨는 최근 기사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 달 뒤 잔금을 치러야 하지만 아직 대출 접수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칫 모든 은행에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섰다. 강 씨는 "눈앞이 너무 깜깜하다"며 "은행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대출이 가능한지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신한은행에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심사를 접수한 30대 직장인 정 모 씨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접수는 했지만 배우자의 소득 증빙 보완이 필요한 상황인 데다, 심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혹여나 대출 한도가 줄거나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계약금과 중도금, 인테리어 비용 등 이미 수억 원을 집 마련에 투입한 정 씨는 "유예 기간도 없이 이틀 만에 시행한다는 소식에 너무 충격이었다"며 "심사가 끝날 때까지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KB국민은행이 10일부터 전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3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 정책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전국 모든 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3억 원으로 묶었다. 은행 자체 재원으로 취급하는 생애 최초 주담대 한도도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했다.
KB국민은행이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자체적으로 축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신용대출과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했다는 게 KB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특히 최근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통해 2030대를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대출은 은행 자체 재원으로 취급하는 일반 주담대와 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기금대출 등 두 가지다. 이번 조치로 기금대출은 기존과 똑같이 이용할 수 있지만, KB국민은행 자체 재원의 생애 최초 주담대는 한도가 3억 원으로 줄었다. 기금대출 상품은 소득이나 주택 가격 한도 등 조건이 까다롭지만, 은행 자체 재원의 경우, 주택 가격이 단순 15억 원 이하면 대출이 최대 6억 원까지 나와 수요가 컸던 상품이었다.
전체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이 대출을 강하게 옥죄면서 다른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대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몇몇 은행은 규제 강화책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늘(10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MCI와 MCG 가입이 제한되면 대출 가능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8일부터 이달 말까지 대출 모집인 채널을 통한 신규 주담대 접수도 중단했다. 이달 배정된 물량이 일주일 만에 소진된 데 따른 조치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대면 주담대(주기형 외) 금리감면권을 0.5%p 축소했다. 고정·변동금리 전세대출 금리감면권도 0.2%p 내렸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달 주담대 5년 고정형과 6개월 변동형 금리를 각각 0.2%p 인상한 데 이어 추가로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p, 주담대 우대금리를 0.2%p 줄였다.
다른 은행들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5대 시중은행의 이달 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은 648조 35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3조 넘게 늘었다. 반년 만에 연간 허용치(4조 2,646억 원)의 72% 가까이를 채운 셈이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9일 열린 '가계부채 합동점검 회의'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 이전에 확대된 거래량의 영향이 당분간 주담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장에서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한도 축소 같은 추가적인 관리 조치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빚투' 영향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여전한 데다, 주택 구입 자금 수요 역시 큰 상황"이라며 "한 은행이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 다른 은행들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