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의 대표 바이오 기업 펩트론과 HLB의 주가가 10일 동반 폭락하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경영진의 발언 파문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거절이라는 대형 악재가 겹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 펩트론, 흔들린 '월1회 주사'의 꿈
10일 오전 11시 기준 펩트론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4% 하락한 11만 1600원에 거래 중이다. 하한가다.
펩트론은 9일 바이오 포럼에서 최호일 대표이사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최 대표는 일라이 릴리와 진행 중인 공동연구에 대해 "전혀 다른 펩타이드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터제파타이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제파타이드란 일라이 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핵심 약물 성분이다.
시장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펩트론의 가치를 지탱하던 전제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이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에 적용될 것으로 믿어왔다. 스마트데포란 약효가 몸속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퍼지게 만드는 펩트론의 기술이다. 이를 적용하면 매주 1회씩 맞아야 하는 비만 주사를 1개월에 1회만 맞아도 되게끔 바꿀 수 있다.
앞서 펩트론은 일라이 릴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맺은 바 있다. 기술 수출 계약을 맺기 전에 기술이 진짜로 통하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샘플을 주고받는 예비 계약 단계다.
투자자들은 이 공동연구 대상이 마운자로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 대표의 "전혀 다른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이같은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 공동연구 대상이 대규모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마운자로가 아닌, 개발 초기 단계인 비공개 후보물질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펩트론 측은 10일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회사 측은 "특정 상업화 제품 하나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아니"라며 "차세대 비만 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등 복수의 물질에 대한 공동연구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너진 투자 심리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 HLB, 간암 신약 FDA 허가 불발 파장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인 HLB 역시 10일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공들여온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HLB는 10일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보완요구서한이란 "당장 약의 판매를 허가해줄 수 없으니, 부족한 점을 고쳐서 다시 심사를 받으라"고 보내는 문서다. 이날 HLB 주가는 3만 6600원으로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HLB 그룹사들도 20%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HLB와 신약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사인 중국 항서제약의 생산 시설이 발목을 잡았다. FDA는 4월 항서제약 공장에 대해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cGMP)' 심사를 나갔다. cGMP는 약을 안전하게 만드는 공장인지 평가하는 심사 기준이다.
FDA는 공장 시설에 대한 지적사항을 발견했고 문제점을 담는 문서인 'Form483'을 항서제약에 발부했다. FDA는 "이번 지적사항이 신약 자체에 대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해당 공장이 신약 허가 서류에 '제조소'로 등록돼 있다. 기준을 완벽하게 준수했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HLB는 왜 파트너사의 공장이 문제점을 지적받았다는 내용을 최근까지 몰랐을까. 이는 해당 심사의 성격 때문이다.
이번 cGMP 심사는 신약 승인을 위한 사전승인실사가 아니라, 항서제약 공장에 대한 '일반 정기 실사'였다. 일반적인 공장 점검에서 지적을 받았는데, 마침 이 공장이 리보세라닙 생산 공장으로 등록돼 있다 보니 불똥이 튀었다. 때문에 HLB와 엘레바 테라퓨틱스 측은 지적사항이 발견된 사실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
김동건 엘레바 테라퓨틱스 대표이사는 "이번 보완 통보에 신약의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 데이터에 대한 지적, 추가 임상시험 요구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원인이 제조소의 공장 실사 문제인 만큼 FDA와 협의해 최대한 빨리 재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