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을 지역화폐로 받으라고?…노동계 "철회하라" 반발

입력 2026-07-09 17:19
수정 2026-07-09 17:33


성과급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줄 수 있게 하자는 여당 의원의 법안 추진 소식에 노동계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전날 단체협약에 규정이 있거나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게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발의 취지에 대해 "기업의 이윤 창출과 이에 따라 지급되는 보너스, 성과급 등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의 기반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국 송금 비중이 높아 지역 사회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비교적 적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배경도 들었다.

그러나 노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정책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온전히 보장돼야 할 권리"라며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을 훼손하는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법안은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채용 과정이나 인사평가,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사실상 동의 강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과급과 보너스는 노동자가 창출한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며 "이를 특정한 소비 방식으로 유도하거나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은 임금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임금 통화 지급 원칙 훼손을 이유로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동의'는 고용관계 힘의 불균형 속에서 실질적 자유의사이기 어렵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은 사용처와 지역이 제한되고 유효기한이 있어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외국인 근로자 관련 논거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노총은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 송금을 문제 삼은 것은 국적에 따라 임금 취급을 달리하려는 발상으로 비칠 수 있다"며 "국회는 개정안을 철회하고, 임금 통화 지급 원칙을 지키면서 실효성 있는 지역경제 대안을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