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이라더니…엇갈린 전망에 '개미 둥절'

입력 2026-07-08 12:04
수정 2026-07-08 13:02
삼전·닉스발 급락에 '일시적 노이즈' vs '이익증가율 피크아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통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일시적인 '숨 고르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가파르게 치솟던 실적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AI 우려는 소음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AI 적용분야 다변화로 150배 성장할 전망"이라며 "AI 에이전트 확산은 메모리 수요를 3배, 자율주행은 5배, 로보틱스는 10배 이상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황과 관련한 펀더멘탈에 크게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도 반도체 실적 증가율이 '피크아웃'(정점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하반기와 내년까지 계속 우상향하며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나 마진이나 실적 증가율과 같은 지표들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컨센서스(시장평균전망치)에 비춰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2분기 혹은 3분기에 영업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국면을 살펴보면 반도체 주가와 외국인 수급은 실적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적 증가율에 상당히 연동되어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반도체 업종은 내년에도 40~50%의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이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이나 올해보다는 현저히 증가율이 둔화하기 때문에 투자 센티멘트는 피크아웃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의 배경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 둔화 우려를 꼽았다.

올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70∼80% 증가한 7천250억 달러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1조1천억 달러로 늘어나더라도 증가율은 50%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7월 후반 예정된 빅테크 실적 발표와 투자 계획 공개가 반도체주 흐름을 바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식시장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실적과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나올)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의 정보공백을 가격 조정으로 반영 중인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설비투자가 계속 확대될지, 신규 팹 가동 이후에도 메모리 수급과 이익률이 유지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다음 분기와 내년에도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점이 조정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노 연구원은 "시장이 2027년 이후를 의심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반등 역시 2분기 호실적 확인만으로는 부족하다. 높아진 3분기 허들을 넘는 리비전과 AI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추가 정보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80∼90 수준을 오가는 높은 변동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선 변동성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니, 호재성 재료들도 악재성 재료, 상방 재료 피크아웃과 같이 부정적인 해석을 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그동안 반도체주의 재평가 재료로 작용했던 장기공급계약(LTA),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점증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수 변동성과 지수 방향성을 동일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면서 "방향성이 본격 하락 추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실적 피크아웃, 차분기 감익 등이 현실화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신호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