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반도체 쇼크, 뉴욕 증시 직격탄…AI 고점 피로감 확산-[美증시 특징주]

입력 2026-07-08 07:25


간밤 뉴욕증시는 반도체 섹터의 급격한 약세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재차 고조되면서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번 뉴욕 증시의 급락을 촉발한 도화선은 한국 시장의 반도체 쇼크였다. 한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9%, 6% 급락했으며,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최대 8.2%까지 밀렸다. 이는 최근 고점 대비 20%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 구간'에 일시적으로 진입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폭락은 삼성전자가 역대급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배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AI 중심의 실적 호조세를 입증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마켓워치는 AI 확산 및 인프라 투자 기대감으로 기술주가 장기간 가파르게 오른 만큼, 이제는 투자자들의 고점 피로감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증시 연동 ETF인 'EWY'도 동반 하락했다.

반도체

한국 증시를 강타한 매도세는 간밤 뉴욕 증시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전날 반도체주 강세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던 종목들이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락 여파로 인텔과 AMD 등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삼성전자의 실적 자체는 긍정적이었으나, 최근 주가 상승세가 워낙 가파랐던 탓에 눈높이가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메모리 반도체 종목들 역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이 낙폭을 주도했고, 샌디스크 역시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대거 편입하고 있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티커명 DRAM)도 하락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대규모 AI 투자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자컴퓨팅

아울러 전반적인 기술 섹터의 투자심리가 가라앉으면서 아이온큐, 리게티 컴퓨팅, 디웨이브 퀀텀 등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

소프트웨어

반면 기술주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차별화된 상승세를 나타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곳은 팔란티어였다. 팔란티어는 멕시코 최대 보험사인 GNP 세구로스와의 계약을 확대하고, 자사의 AI 솔루션을 보험사 운영 전반에 전방위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팔란티어의 기업용 AI 사업이 실제 고객사로 지속 확산되고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했다. 타 산업군으로의 AI 도입 가속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어도비 (ADBE)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는 증권가의 부정적인 리포트에도 불구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어도비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며 투자의견 ‘시장수익률 하회’, 목표주가 190달러를 제시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콘텐츠 제작 진입장벽이 낮아진 데다 AI 기반 경쟁사들이 속출하면서 어도비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주가가 이미 충분한 조정을 거쳐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겼다는 인식이 선행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상승 마감했다.

USA 레어 어스 (USAR)

미국 희토류 업체인 USA 레어 어스는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투자와 관련해 정치권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에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투자 과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과거 운영했던 금융사 캔터 피츠제럴드가 부당한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이번 거래의 모집 주관사였으며 현재 러트닉 장관의 자녀들이 소유·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공직자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코그니전트 테크놀로지 솔루션 (CTSH)

IT 서비스 기업 코그니전트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글 제미나이 AI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구글 클라우드와의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한다고 발표하며 상승했다.

플러그 파워 (PLUG)

수소 기업 플러그 파워는 호주 광산·인프라 기업 오리카가 추진하는 50메가와트 규모의 '헌터밸리 수소 허브' 프로젝트에 수전해 설비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수주로 플러그파워는 호주 및 글로벌 수소 시장 내 입지를 넓힐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파이서브 (FISV)

이 외에도 금융 기술 기업 파이서브는 직불카드 결제망 사업 매각을 위해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 은행들과 논의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올랐다.

리비안 (RIVN)

전기차 기업 리비안은 2분기 매출 전망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을 위한 7,500만 주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에 오버행 부담으로 작용해 하락 마감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VRTX) 크리네틱스 파머슈티컬스 (CRNX)

한편 제약·바이오 섹터에서는 대형 M&A에 따른 희비가 엇갈렸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희귀 호르몬 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크리네틱스 파마슈티컬스를 약 1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에 피인수 기업인 크리네틱스의 주가는 두 배 가까이 폭등했으나, 인수를 주도한 버텍스는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단기 비용 부담이 부각되며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오은비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