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 시대에서 승전국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 한국이 정작 청년 일자리에서는 가장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AI가 청년 노동자의 적이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기사에서 "한국의 연공 서열 중심의 채용 관행은 다른 국가들에 교훈을 던진다"며 AI 호황기 한국 청년층 일자리 감소 추세와 대응책을 조명했다.
F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어 막대한 부를 쌓았고, 강력한 노조를 둔 이들 기업의 노동자들도 이익의 일부를 나눠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온기가 담장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FT는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대기업 등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 '내부자'와 중소기업에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외부자' 사이 깊은 균열을 보여왔고, AI의 혜택은 이러한 균열을 따르고 있고 오히려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균열은 연령별로도 선명하다. 노동 시장에 아직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 '외부인'은 AI 호황의 혜택에서 소외된 대표적 집단이다. FT가 인용한 한국은행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5~29세 청년 일자리는 21만1,000개가 사라진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이상 일자리는 20만9,000개 늘었다.
감소 폭은 AI 영향이 큰 직종에서 특히 컸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통합·관리 분야에서 11.2%, 출판 분야에서 20.4%, 정보서비스 분야에서 23.8%의 청년 일자리가 줄었다.
FT는 "미국에서도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력 편향적' 경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의 추세는 훨씬 더 냉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 다른 국가 경제에도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희망적인 대목도 있다. FT는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호조로 세수가 크게 늘어 한국 정부가 여유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메가 프로젝트 투자와 불평등 해소 정책, 20~30대 청년층 고용 지원을 위한 '미래 대응 기금' 마련 계획 등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 가지 분명한 선택지는 젊은이들이 전문성을 갖추기 전까지 그들의 노동력을 쉽게 수익화할 수 없더라도 초과 수익 일부를 활용해 기업들이 청년들을 채용하고 교육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좀 더 상상력이 넘치는 정책은 자영업자와 같은 '외부자'에게도 훈련과 자본을 확대하는 방안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