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캄보디아 프로축구단 '나가월드FC' 기술이사로 선임됐다. 홍 전 감독 사퇴 직후 이 전 이사의 해외행까지 알려지면서 축구협회 청문회 추진 상황과 맞물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나가월드FC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임생 이사를 기술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임생 기술이사의 합류로 나가월드FC가 더욱 강한 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2001년 창단된 나가월드는 이 신임 기술이사에 대해 아시아축구연맹(AFC) 프로 코치 코칭 강사와 AFC 기술위원회 활동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과 싱가포르, 중국에서의 지도자 경험, 국가대표팀 및 엘리트 축구 육성 경험, 1998 프랑스 월드컵 출전 이력 등을 언급했다.
이 전 이사는 나가월드FC에서 구단의 기술 부문 전반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프로 구단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2020년 수원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 전 이사의 캄보디아행은 홍명보 전 감독의 국가대표팀 사임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전 이사는 2024년 정해성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한 뒤 감독 선임 절차를 이어받아 홍 전 감독 선임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돼왔다.
당시 제시 마시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 거스 포옛 전 전북 현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 외국인 후보들은 면접 절차를 거쳤지만, 홍 전 감독은 별도 면접 없이 이 전 이사가 직접 만나 대표팀 감독직 수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과 전력강화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선임 방식 등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이 전 이사는 "절차상 문제는 없었고 정몽규 회장님이 모든 권한을 주셨기에 투명하게 스스로 결정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이어졌다.
이 전 이사는 홍 전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서도 "울산에서 보여준 플레잉 스타일을 살펴봤을 때 한국 축구가 추구해야 할 축구 철학과 게임 모델을 확립하는 데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홍 감독이 강조했던 '원 팀, 원 스피리트, 원 골'이 현재 시점에 필요하다"며 "지난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을 교훈 삼아 자율 속 기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홍 감독이 원 팀을 만드는 데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감독의 연봉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지난달 글로벌 스포츠 급여 분석 매체 '샐러리 리크스'가 공개한 북중미 월드컵 참가 48개국 감독 연봉 추정 자료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의 연봉은 약 216만유로, 한화로 약 38억원으로 추산됐다. 전체 감독 중 16위 수준이다.
홍 전 감독 선임 당시 이 전 이사는 "외국인 감독과 한국 감독의 연봉 차이가 있는데 이 부분도 당당하게 요구했다"며 "액수를 밝힐 수 없으나 이제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선임 과정부터 논란이 이어졌던 홍 전 감독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한국 대표팀은 32강 진출에 실패했고, 홍 전 감독은 다른 조 경기 결과에 따른 경우의 수마저 사라진 뒤 사퇴를 선언했다.
홍 전 감독은 사임 의사를 밝힌 뒤에도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귀국 이틀 만에 가족들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월드컵 전부터 사퇴 의사를 밝혔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이 전 이사까지 캄보디아 구단으로 향하게 됐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청문회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주요 증인으로 거론되는 홍 전 감독과 이 전 이사가 모두 해외에 체류하게 된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교롭다는 반응도 나온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해외 체류 중인 경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수 있다. 국회증언감정법상 동행명령 제도는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만 적용돼 청문회에는 강제력이 없다.
(사진 = 연합뉴스, 나가월드FC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