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화 한 통에?…FIFA 초유의 징계 번복 '부글부글'

입력 2026-07-06 19:07


미국 스트라이커 폴라린 발로건(25·AS모나코)의 퇴장 징계가 유예된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당장 미국과 16강전을 치르는 벨기에는 물론 유럽 각국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축구를 정치로 오염시켰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6일(현지시간)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벨기에 사회당은 성명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 돈이 좌우하면 월드컵은 모든 신뢰를 잃는다"며 "트럼프를 기쁘게 하려고 규정을 바꾸고 편법을 쓰다니 FIFA와 월드컵, 미국 모두에 참담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프랑스어권 중도정당 레장가제 소속 이방 브루그스트레트 유럽의회 의원은 "트럼프가 개입하자마자 퇴장이 갑자기 부당한 판정이 되다니 놀랍다. FIFA는 공정을 지켜야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며 "경기장에서 보자. 데블스(벨기에 대표팀 별명)의 승리는 더욱 값질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발단은 FIFA가 개최국 미국과 벨기에의 16강전을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FIFA는 직전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발로건의 출전정지를 1년 유예했는데,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판정 재고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월드컵 무대에서 지금까지 나온 레드카드는 189장으로, 출전정지 처분을 피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1962년 칠레 월드컵 준결승에서 퇴장당한 브라질의 가린샤가 결승에 출전해 우승컵을 든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자동 출전정지 제도 자체가 없었다. 징계가 번복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FIFA는 위원 18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표결로 징계를 유예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고 관련 보고서도 내놓지 않았다.

벨기에축구협회는 FIFA 항소위원회에 즉각 항소했다. 브뤼셀타임스는 이날 오후 2시까지 이유서를 제출해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고 전했다. 벨기에와 미국의 16강전은 유럽 시간으로 7일 오전 2시 킥오프된다.

유럽 축구계 인사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위르겐 클롭은 "진짜 트럼프와 인판티노가 서로 합의해 결정했다면 미친 짓"이라며 "축구를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은 축구와 관련된 어떤 일에도 관여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다.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레드카드는 정치적 통화로 취소되는 게 아니다"라며 "FIFA여, 어디로 가는가(Quo Vadis, FIFA)"라고 적었다.

인판티노 회장을 둘러싼 '정치 편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축구와 무관한 트럼프의 정치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지난해 느닷없이 FIFA평화상을 만들어 트럼프에게 수여하는 등 FIFA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영국 비영리단체 페어스퀘어는 FIFA평화상 제정 경위를 조사해달라며 지난해 12월 FIFA 윤리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유럽의회 의원 50명은 최근 FIFA에 서한을 보내 조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