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된 배경에는 수사 초기 발견됐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결박 도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윤기(23)를 최소 무기징역 이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강간살인죄'의 핵심 단서가 증발한 것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은 사건 발생지인 광주 경찰과 장윤기 부친 간 유착 의혹을 규명할 특별수사팀을 꾸리며 "명운을 걸겠다"고 밝혔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5월 5일 장윤기를 체포한 직후 주거지와 차량(SUV) 등에서 증거물 수집에 나섰다. 사건을 배당받은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A 경감의 수사팀은 차량 수색을 맡았는데, 당시 SUV 안에는 케이블 타이가 있었다. 이 SUV는 피해자 납치의 수단으로 지목된 차량이기도 하다.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의 진짜 범행 목적은 여학생 '납치 및 강간'으로 규명됐지만, 피해자 제압에 필요한 결박 도구는 지금까지 단 1점도 확보되지 않았다. 현장 수색 당시 수사팀은 과학수사대 도착 전 차 안에서 케이블 타이를 발견하고도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았고, 이후 케이블 타이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사실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 담당자 간 유착 의혹을 들여다보던 경찰청 감찰 조사에서 드러났으며, 경찰은 수사팀 책임자 A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증거 관리 부실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주요 증거인 SUV는 혈흔·지문 채취 등 기본 감식만 마친 채 사건 이튿날 곧바로 장윤기 아버지에게 인계됐다. 검찰 보완수사로 추가 압수수색이 시작된 5월 하순까지 아버지가 보름가량 이 차량을 몰고 다닌 것으로 전해져, 증거물이 장기간 훼손된 셈이다.
수사팀으로부터 사건 사흘 뒤 아들 자취방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까지 전달받은 장윤기의 아버지는 주요 증거물 중 하나인 '훼손된 리얼돌'을 폐기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 보완수사에서 "아들의 범행이 성범죄와 연관되는 것이 우려됐다"는 취지로 폐기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은 장윤기를 일반 살인죄로 송치한 뒤 다른 성범죄 혐의를 조사 중이었는데, 이때의 주요 수사 상황 역시 살인 혐의 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이 확산하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등을 철저히 밝히기 위해 오늘 광주경찰청에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으로 확대 편성했다"고 밝혔다.
당초 광주경찰청은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22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렸으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특별수사팀장에 홍장득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총경),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팀장 및 수사관 6명을 추가 투입해 총 27명 규모로 팀을 편성했다.
국수본은 "특별수사팀은 광주경찰청 지휘라인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한 후 최종 수사 결과만 국가수사본부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포함해 수사과정 전반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수사팀은 장윤기 담당 수사팀 형사 전원과 직접 지휘 라인에 있던 간부 경찰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건은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명운을 걸고 하겠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