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하면서 13년 5개월간 이어진 장기 집권 체제가 막을 내렸다. 다만 차기 회장 선출 방식과 일정이 제도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포스트 정몽규' 시대의 출발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 회장은 6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마지막 임원회의를 마친 뒤 사임서를 제출했다. 2013년 1월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지난해 3월 제55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2029년까지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북중미 월드컵 부진과 협회 운영을 둘러싼 각종 논란 속에 조기 퇴진을 결정했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를 이끌면서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 디비전 시스템 구축, 파트너사 및 중계사와의 장기 계약을 통한 재정 안정성 강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등에 힘을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의 절차적 논란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고,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에 따라 중징계 요구를 받으면서 퇴진 압박을 받았다.
축구협회는 "정관 제23조에 따라 부회장 중 한 명이 체육회 인준을 받아 회장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라며 "직무 대행을 중심으로 후임 회장 선거 과정을 차질 없이 공정하게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이 궐위된 경우에는 부회장 선임 시 정한 순서(정한 순서가 없을 경우 부회장 중 연장자순)에 따른 사람이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 직무를 대행하며,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인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현재 상황이라면 축구협회는 수석 부회장이 회장 직무 대행을 맡고, 축구협회 정관에 따라 192명의 선거인단이 참가해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구협회 특별감사 방침을 밝히며 기존 정관에 따른 회장 선출 방식에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대한체육회도 오는 16일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어 선거 관련 정관 개정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회장 선출 직선제 도입 등과 관련해 기존 간선제에 따라 선거인단을 100∼300명 규모로 한정했던 내용을 비롯해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 회장 선출 등의 내용도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60일 이내 회장 선출' 규정에 대한 기간 연장이나 예외 조항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축구협회로선 기존 정관에 따른 새로운 회장 선출 작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선거 일정과 방식에는 변수가 생겼지만, 새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월드컵 부진으로 추락한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감독 선임 논란으로 갈라진 축구계를 다시 하나로 묶는 동시에 협회 운영 정상화와 재정 안정도 이뤄야 한다.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는 행정 경험을 갖춘 축구인들이 우선 거론된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 이영표 KBS 해설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에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정몽규 회장이 중도 사퇴한 만큼 현대가에서 다시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