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서울에서 전북 임실군 대리초등학교로 농촌유학을 보낸 한 학부모의 첫마디다.
치열한 경쟁과 학원 일정에 쫓기던 아이는 이제 아침이면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간다. 교실에서는 자신 있게 발표하고, 운동장에서는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며, 학생자치회(다모임)에서는 학교를 위한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부모가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성적이 아니라 아이의 표정과 태도다.
전북 임실군에 위치한 대리초등학교(교장 구홍모)는 서울특별시교육청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함께 운영하는 농촌유학운영학교다. 학교와 연계된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를 통해 서울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며 자연과 학교, 마을이 함께하는 새로운 교육을 경험하고 있다.
“공부보다 먼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웁니다”
대리초등학교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학생자치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의 손님이 아니라 학교의 주인이다.
학생들은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학교 행사와 캠페인, 체육대회, 알뜰시장, 해외탐방(학교지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자신들이 결정한 일은 끝까지 책임진다.
교사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주인공은 학생들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리더십과 책임감, 배려와 소통 능력을 기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워간다. 서울에서 온 농촌유학생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자치 활동에 참여하며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한다.
학교 관계자는 "처음에는 발표를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학생자치 활동을 경험하면서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친구들을 이끄는 모습으로 변한다"며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변화에 가장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자연이 최고의 교실입니다”
대리초등학교의 배움은 교실을 넘어 자연으로 이어진다.
사계절 숲 체험, 동물 교감 활동, 텃밭 가꾸기, 마을 탐방, 지역문화 체험, 예술교육, 스포츠 활동 등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우고, 친구들과 협력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넓은 교실이자 최고의 선생님이 된다. 도시 아이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들이다.
"형제가 없어도 함께 자라며 가족이 됩니다"
대리초 농촌유학의 또 다른 장점은 학교와 연계해 운영되는 농촌유학센터다. 외동이거나 형제가 많지 않은 도시 아이들은 유학센터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아끼고 의지하게 된다.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숙제를 하며 놀이와 대화를 나누는 일상 속에서 배려와 양보,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특히 서로 다른 학년이 함께 생활하면서 윗학년은 동생을 돌보는 책임감을 배우고, 아랫학년은 형과 누나의 생활을 보며 예절과 공동체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혀간다. 교실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이다.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는 양성주 센터장은 "처음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을 걱정하는 아이들도 며칠이 지나면 서로를 챙기고 의지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외동이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형제처럼 함께 생활하는 경험 자체가 큰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학센터는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인성, 자립심을 함께 키워가는 또 하나의 학교이자 따뜻한 집"이라며 "부모님들도 아이들의 자신감과 독립심이 크게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주신다"고 덧붙였다.
"걱정은 잠시, 이제는 매일이 즐겁습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올해 대리초등학교로 농촌유학을 온 김○○(4학년·가명) 학생은 "처음에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새로운 학교가 낯설어 걱정했지만, 친구들과 언니·오빠들이 먼저 다가와 줘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자치 활동도 재미있고 숲에서 체험하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시간이 가장 좋다"며 "이제는 대리초가 또 하나의 우리 학교처럼 편하고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부모 곁을 떠나 생활하는 것이 가장 걱정됐지만 학교 선생님들과 유학센터, 친구들이 세심하게 배려해 준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빨리 적응했다"며 "아이가 스스로 생활하는 힘을 키우고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농촌유학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마다 만나는 아이의 표정이 이전보다 훨씬 밝아졌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대리초등학교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되는 학교
대리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모든 학생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
운동회도, 발표회도, 공연도, 학생회도 모두가 직접 참여하는 주인공이다.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세심한 교육과 따뜻한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성장의 기쁨을 경험한다.
대리초등학교 구홍모 교장은 "우리 학교는 자연을 체험하는 학교를 넘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힘을 기르는 학교"라며 "학생자치 활동은 대리초 교육의 중심이며, 농촌유학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과 자율성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시험 점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친구와 협력하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며 행복하게 배우는 경험이 아이들의 평생을 바꾼다"며 "앞으로도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웃음이 달라지는 학교
대리초등학교는 한때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역사회와 함께 농촌유학을 시작하며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지금은 서울을 비롯한 도시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농촌유학 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변화는 성적이 아니다.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친구를 먼저 배려하게 됐습니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라는 말이 그들이 말하는 변화다.
대리초등학교 농촌유학은 단순히 학교를 옮기는 선택이 아니다. 자연 속에서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장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특별한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현재 대리초등학교는 2027학년도 농촌유학 참가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재학중인 학교나 각 지역 교육청에 문의하면 된다.
2021년 시작된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은 매 학기 참여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6년 1학기 기준 총 558명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계 참여인원 3,228명으로 서울시교육청의 대표적인 생태전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가 학생에게는 가구당 참가 인원수에 따라 매월 20만원에서 60만원의 유학비가 지원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장 요구를 반영하여 2026학년도부터 농촌유학 지원금 지급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까지로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자연, 학생자치, 공동생활, 그리고 따뜻한 공동체 교육이 아이들에게 평생 기억될 소중한 성장의 시간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 대리초등학교,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