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보면 이 변동성이라는 말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시장의 분위기가 하늘과 땅을 오가는 상황인데, 이제는 우리의 지갑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는 키워드가 등장하고 있죠.
바로 칩 플레이션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가 그동안 강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반도체 덕분이었는데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 칩으로 몰려들자 수요는 엄청난데 공급이 따라와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요.
때문에 반도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으며 이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의 정점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즉 돈을 써야 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부진한 반면 빅테크의 자금을 흡수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크게 오를 수 있었고요.
덕분에 미국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올해 2분기에만 무려 8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축제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서 전해드린 칩 플레이션의 공포가 닥치고 있는데요.
일단 이 칩 플레이션의 대가는 바로 우리 소비자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사용하는 산업 전반의 비용이 동시에 올라가고 그 충격이 결국 컴퓨터와 노트북, 휴대폰, 게임기의 가격으로 이어지면서 칩플레이션이 현실이 되고 있는 건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애플이라 할 수 있죠.
막강한 구매력으로 단가 협상에서 단 한 번도 주도권을 잃어버린 적이 없던 애플이었는데, 결국 백기를 들고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1,699달러였던 맥북 프로 가격이 1,999달러로 300달러나 오르게 됐고요.
또 학생들을 겨냥한 맥북 네오도 출시 석 달 만에 100달러가 올라 환율이 반영된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20만 원이나 인상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델과 레노버 역시 줄줄이 노트북 가격을 인상하고 있고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 시리즈의 가격을 올리면서 원가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론 CEO는 이에 또 반박하고 있죠.
현재 메모리 가격이 오른 게 단순히 메모리 기업들 때문이 아니라 메모리 불황기였던 시절, 당시 고객사들이 가격을 3분의 1로 낮췄었다며, 결국 투자를 그만큼 해낼 여력이 부족했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애플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갑의 위치에서 메모리 가격을 낮추던 애플 같은 기업들이 결국 메모리 부족 사태를 초래했고 뿌린 대로 거둔 것이라는 일침을 가한 건데요.
이 칩플레이션의 출발점이 또 엄청난 소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천문학적인 투자라는 점에서도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합니다.
지난 1년간 증시 흐름을 좀 보면요.
케펙스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실적 관전 포인트는 바로 자본 지출 규모와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 흐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즉, 구글이나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이는 것에 비해 AI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눈에 띄게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는 바로 주가 하락의 명분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금은 계속 바닥이 나고 주가까지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반도체를 살 여력이 부족해지고요.
그렇게 된다면, 반도체 기업들은 갈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치명적인 인과 관계라 할 수 있는데요.
또 얼마 전 메타가 남는 AI 자원을 외부 고객에 파는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죠.
쉽게 말해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을 책임지던 빅테크 기업들이 돈을 너무 많이 써서 결국에는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투자를 너무 많이 해서 자원이 남는 상황이고 또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한 만큼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인 것인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칩플레이션이라는 역풍이 이제는 반도체 기업들의 숨통을 쥐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지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 이 토큰 지출 지수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시면요.
여기서 토큰은 AI가 글을 읽고 쓸 때 사용하는 글자 수 단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AI를 쓰기 위해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는데, 이게 지난 5월에 고점 대비 20%나 줄어들었습니다.
이 현상을 두고는 의견이 반으로 나뉘는데요.
AI 서비스 가격이 전보다 월등히 저렴해져서 전반적인 금액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 실제 AI를 쓰는 양 자체는 지난해보다 2배나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요.
반대로 AI 기업들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지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계속 가격을 내리게 되면서 그만큼 수익이 떨어진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로 이 비관론자들이 걱정하는 건 바로 기업들이 AI를 위해 투자하는 양과 AI로 벌어들이는 매출의 격차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게 46% 포인트나 차이 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투자를 10% 늘리면 매출도 최소한 그만큼은 따라 늘어야 본전인데, 현실에서는 매출이 투자한 것에 비해 절반 수준 밖에 못 따라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닷컴 버블 당시 격차가 32% 포인트였던 것보다 더 심각한 46% 포인트가 벌어지고 있는 건데요.
JP모간 역시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AI 수익성이 가시화된다면 반도체 기업 간의 격차가 서서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결론적으로 이제 글로벌 증시의 향방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수익성에 따라 갈리게 될 것입니다.
이제 약 2주 뒤면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을 확인해 볼 수 있을 텐데요.
과연 이들이 돈을 쓴 만큼 수익을 확실히 거둘 수 있을지 저희와 계속해서 확인해 보시죠.
지금까지 칩플레이션과 관련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김예림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