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56조 엑소더스…'24시간 거래' 돌파구 될까

입력 2026-07-05 09:36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156조원 넘게 팔아치우면서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6% 가까이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거래가 24시간 가능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과 환율 안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평균 1,484.56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상반기(1,493.08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상호관세 충격으로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해 상반기(1,426.71원)보다도 평균치가 60원 가까이 뛰었다.

환율은 3월 중동 전쟁 발발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1,500원을 돌파했다가 한때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으나, 5월 중순부터 다시 1,500원대에 올라선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5월 15일부터 지난 3일까지 34거래일 연속 1,500원대다. 지난달 5일 야간 거래 장중에는 1,561.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1997년 12월 30일~1998년 3월 13일) 47거래일 연속 1,500원 위에 머문 이래 최장 기록이다. 다만 지난 3일에는 30원 넘게 빠지며 1,525.6원으로 내려왔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가 약해지며 달러 강세가 주춤하고 엔화가 반등한 데다,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에 수출업체가 달러 매도에 나서고 외환 당국도 실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주범으로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지목된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156조5,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 연간 순매도 규모(약 34조5,800억원)의 다섯 배에 달한다. 지난 5~6월에는 두 달 연속 40조원을 넘겼고 7월에도 사흘 만에 8조원을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에 따른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환율도 한동안 1,5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여력이 50조~90조원 가량 남아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 "적어도 8월 초까지는 지속되면서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높은 국면이라며 "환율은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보다 현재 수준 부근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상반기에 외국인 자금이 워낙 큰 규모로 빠져나간 만큼 수개월 내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면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월 중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이 국내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 하락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외국인의 추가 매도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라면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겠지만 ADR 상장 이벤트로 달러 자금이 유입돼 환율에는 상하방 압력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환시장 거래 시간 연장이 외국인 투자 자금을 불러들여 환율 안정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오는 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가 24시간 거래되면서 그간 거래가 막혔던 새벽 2시~오전 9시에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는 국내 비거주자의 원화 환전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역외 시장의 거래 수요를 역내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다. 거래 시간 제약 탓에 원화를 거래하지 못했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 환율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 위원은 "그간 NDF 시장에서 원화 거래 비중이 높았던 건 그만큼 원화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거래 시간 제약 등으로 인해 역외 시장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달러 공급이 늘어나고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효과는 중장기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야간 시간대 거래량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오히려 장중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참여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상 거래 호가 등으로 가격이 왜곡되거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