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밀려난 임차인들이 빌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 등으로 전세 물건이 줄고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전세 거래가 감소한 반면, 전세사기 여파로 한때 '빌라 포비아(phobia·공포증)'까지 불렀던 비아파트는 전월세 거래가 크게 늘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주택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총 123만6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만9,105건)보다 2.6% 늘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올해 1~5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52만8,858건으로 지난해 동기(56만9,998건) 대비 7.2% 감소했다. 반면 연립·다세대·단독 등 비아파트 전월세는 지난해 62만9,107건에서 올해 70만1,756건으로 11.5%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아파트는 지난해 12만8,051건에서 올해 11만9,722건으로 6.5% 줄었고, 수도권 전체로도 35만448건에서 32만5,641건으로 7.1% 감소했다. 이에 비해 서울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24만4,369건에서 25만9,853건으로 6.3% 늘었고, 수도권은 44만2,024건에서 47만8,908건으로 8.3% 증가했다. 지방은 절대 거래량은 적지만 증감폭이 더 컸다. 지방 아파트 전월세(21만9,550건→20만3,217건)가 7.4% 줄어드는 동안 비아파트(18만7,083건→22만2,848건)는 19.1% 뛰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전월세 거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물건 감소를 지목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아파트 제외)은 2024년 32만가구에서 지난해 23만8,000가구, 올해 17만5,000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이 가운데 서울 아파트는 올해 1만9,000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0·15대책 이후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으로 확대되면서 새 임차인을 받는 신규 전세 물건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5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매물도 토허구역 안에서는 실거주 가능한 무주택자 위주로 팔리다 보니, 집이 팔릴 때마다 전월세 매물이 사라졌다.
아실 집계 기준 5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3만7,551건으로 2년 전(4만3,917건)보다 14.5% 감소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 일부 지역의 2억~4억원대 저가 전세 아파트는 올해 들어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합뉴스에 "토허구역 확대 이후 다주택자 등 매도자는 집을 팔아야 하고, 매수자는 실거주를 해야 하니 전월세 물건은 종전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파트 시장에 싼 전세가 씨가 마르면서 인근 연립·빌라로 넘어간 임차인이 많다"고 말했다.
자금줄이 막힌 점도 이탈을 부추겼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 문턱을 높인 데다 지난해 10·15대책으로 1주택자가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비아파트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보증금은 6억5,875만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5억5,377만원)보다 19.1% 올랐다. 올해 새로 전세를 얻은 임차인은 2년 전보다 1억원을 더 얹어준 셈이다. 월세 신규 계약도 2년 전 평균 109만6,000원(보증금 제외)에서 올해 137만3,000원으로 25% 상승했다.
반면 연립·다세대 신규 전세 평균 보증금은 2024년 2억2,800만원에서 올해 2억3,764만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쳐, 빌라 시장 유입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감소는 지역·면적·주택유형 등 3가지 측면에서 다운사이징이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전셋값은 오르는데 물건은 없고, 대출은 어렵다 보니 전세사기 문제로 한 때 기피 현상을 보인 빌라 시장으로 다시 공간적 전이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은 월세 전환 가속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1~5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지난해 44.0%에서 올해 51.3%로 7.3%포인트 뛰며 조사 이래 처음 50%를 넘어섰다. 비아파트 월세 비중도 같은 기간 74.0%에서 78.4%로 올라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하반기 전세대출 보증 축소나 DSR 확대 등으로 전세대출을 더 조일 경우 비자발적 '탈 아파트'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며, 그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세대출 축소를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