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청년 고용 시장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고용보험에 가입한 30세 미만은 약 223만3,0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1년 전보다 6만5,000명(2.8%)가량 줄어든 수치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가 26만8,000명(1.7%) 늘고, 특히 60대 이상이 약 20만7,000명(7.5%)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입자가 줄어든 연령대는 30세 미만과 40대뿐이었는데, 40대는 5,000명(0.1%) 감소에 그쳐 낙폭이 크지 않았다.
30세 미만의 가입 감소는 전반적으로 취업이 늦어지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독 AI의 영향권에 있거나 밀접한 업종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진 점이 눈에 띈다.
이 연령대 고용보험 가입자는 정보통신업에서 1년 전보다 9.3%,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4.1% 줄었다. 정보통신업에는 출판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우편 및 통신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정보서비스업이 들어간다. 출판·영상물 제작·프로그래밍 등은 AI가 광범위하게 파고든 분야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역시 연구개발, 법무, 회계, 광고, 시장조사, 경영 컨설팅, 건축 설계, 엔지니어링, 수의업, 디자인 등으로 구성돼 AI 활용도가 높은 업종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이 분야 취업자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5월에는 8만9,000명(5.9%) 줄어, 21개 산업 대분류 가운데 '농업, 임업 및 어업'과 '가구 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소비 생산활동'을 제외한 19개 중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AI 붐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에서도 30세 미만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5월보다 약 4,000명(4.6%)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임직원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년층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20대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변화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젊은 층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을 가능성도 감지된다. 올해 5월 법률 사무원은 7,175명으로 1년 전보다 468명(6.1%) 줄었는데,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처음에는 감소율이 0.9%에 그쳤으나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법률 전문가는 1,707명으로 27명(1.6%) 줄었다.
작가·통번역가는 20.6%, 디자이너는 7.6%, 회계·경리 사무원은 11.5% 감소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10.1% 줄어드는 등 정보기술(IT) 관련 분야 전반에서 감소 흐름이 나타났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20대 피보험자만 분석한 것이어서 전체 고용 시장 변화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AI가 이들이 수행하던 업무 일부를 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변화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 사업체에 종사하는 컴퓨터 하드웨어·통신공학 기술자는 3만3,350명으로 1년 전보다 3,313명(9.0%) 적었고, 구인 인원은 523명(32.4%) 줄었다. 컴퓨터시스템 전문가 현원은 3,114명(16.1%) 감소한 1만6,246명, 구인 인원은 186명(27.5%) 줄었다. 디자이너는 9,776명(6.5%) 감소한 14만1,177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구인 인원(7,905명)도 1,493명(15.9%) 적어졌다. 작가·통번역가 구인은 32.7% 급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