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호황이 국내로…K-전력기기 "5년치 일감 확보"

입력 2026-07-03 14:56
수정 2026-07-03 14:53
전력난 속 빅테크 비용 부담 확대 커진 지출에 발주 지연 가능성 "내년 수요 대응 불가...확충 필수" 영호남 대형 투자 단행...발주 기대
<앵커>

해외에서 대호황을 맞은 주요 전력기기사들이 이제는 국내로 활동 무대를 넓힙니다.

이미 5년치 일감을 쌓아뒀는데 영호남 첨단 산업 단지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도 확보했습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일단 오늘(3일) 주식 시장에서 전력기기주 낙폭이 유독 컸던 이유가 뭡니까?

<기자>

오늘(3일)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주가도 장중 10% 안팎까지 밀렸습니다.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전력 장비 설치가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한 주요 수요처의 비용 부담을 확대시켜섭니다.

지출이 커져 지갑을 닫아버리면 발주가 밀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장비에 들어가는 전기와 물 비용이 가정용 전기 요금으로 넘어온단 관측도 제기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현지 최대 전력망 운영사(PJM)의 올해 상반기 도매 전력 비용은 1년 전보다 7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증가액 가운데 데이터센터로 인해 발생한 금액은 약 4분의 1이었습니다.

여기에 도심 안 열기가 밖으로 빠지지 못하는 '열돔 현상' 심화, 여름철 냉방용 전력 사용량 폭증 등도 전기료를 끌어올렸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데이터센터와 전력 장비는 글로벌 AI 경쟁에 필수 설비로 전기와 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들린 복합적인 소식들이 관련 주식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추가 발주가 밀릴 수 있단 우려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단 건데요.

전력기기 업황 자체가 꺾일 수도 있나요?

<기자>

정반댑니다.

오늘 전력기기 주가는 업황이 안 좋아서 떨어진 게 아니라 좋아서 떨어졌습니다.

수요처들이 전력기기에 돈을 너무 많이 썼다 보니 잠깐 허리띠를 졸라 매려고 한 걸 시장이 악재로 여긴 겁니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뿐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장비 설치는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 세계 전력망 운영사들은 어제(2일) 글로벌 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인 166.2GW(기가와트)에 이른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발전기들이 최대 출력으로 가동되고 있고 중단됐던 발전기들까지 재가동되고 있습니다.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는 겁니다.

복수의 시장 조사 기관들은 내년이면 수요를 대응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수요처들이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발주 시점을 늦출 수는 있어도 언젠가 전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단 겁니다.



전력기기 3사도 수주 잔고로 계속될 슈퍼 사이클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력기기 3사의 지난 1분기 말 합산 수주 잔고는 32조 3,500억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모두 5년 치 물량을 쌓은 겁니다.

더군다나 피크아웃 설이 돌던 이번 주에만 셋이 합쳐 1조 5,000억 원 가까운 수주고를 올렸습니다.

잡아둔 수주만으로도 발주 지연을 막아낼 수 있는데 신규 수주도 이어져 기초 체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계속해서 해외 호황에 기댈 수만 없을 텐데요.

미래 먹거리도 발굴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다행인 점은 전력기기 호황이 해외에서 국내로 이어지고 있단 겁니다.

이제까지 실적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이 견인했는데,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지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불씨는 정부가 제시한 호남과 영남 중심의 첨단 산업 발전 청사진이 지폈습니다.

정부는 먼저 호남에 총 800조 원을 투자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4기의 팹이 써야 할 전력량은 6.3GW(기가와트)로 추산됩니다.

영남 AI 데이터센터 건도 마찬가집니다.

정부는 SK를 필두로 영남에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는데 GS와 네이버까지 붙으면 오는 2035년 18.4GW 규모로 확대될 방침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몹니다.

특히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모두 양질의 전력이 24시간 수급돼야 하는 산업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적용된 발전소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발전소 한 곳을 지으려면 전력기기도 수반돼야 하는 만큼 관련 기업들도 낙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전력 발전에서 끝이 아니라 송전선을 통해 각 공장으로 보내주고 공장마다 보내는 전력량도 조절해줘야 해서 곳곳에 전력 장비들도 깔아야 해섭니다.

전력기기 붐이 해외에 이어 국내로 이어지는 만큼 관련 회사들의 실적 개선세도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