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쇼크’ 비웃는 美 개미·기관의 기이한 폭주 [ 글로벌 IB리포트 ]

입력 2026-07-03 07:37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축제인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이른바 ‘그릴 쇼크(Grill Shock)’가 미국의 식탁을 덮쳤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자산 시장 내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는 그릴 위의 열기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공급망 불안과 자산 시장 과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명 경제지 배런스(Barron's)는 올해 독립기념일 바비큐(BBQ) 파티에 찾아온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치솟은 일상 물가를 지목했다. 미국 농업연맹 조사에 따르면, 올해 지인 10명을 모아 바비큐 파티를 열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9.4% 급증했다.



특히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 및 신선식품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햄버거용 소고기 패티가 17.5%, 핫도그용 소시지가 17.9% 폭등했으며, 바비큐 소스(13%), 상추(24.9%), 토마토(32%) 등 부재료 가격도 일제히 치솟았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식품 경제학자 데이비드 교수는 이 같은 먹거리 물가 폭등의 주된 원인으로 '중동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비용 상승을 꼽았다.



그러나 이처럼 가계의 실질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미 증시를 향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타델 증권이 분석한 '개인 투자자 매매 일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S&P 500 지수가 하락한 날에 매수세를 극단적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과거 2021년 강세장에는 상승·하락일에 고르게 매수세가 유입됐고, 2022~2023년 조정기에는 지수 상승 시 매도로 대응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는 지수가 일시적으로 조정받을 때마다 "저점 매수"를 외치는 개인 자금이 폭발하고 있으며, 주가 하락일의 매수 대금은 평소 일평균 거래량의 3배를 웃돌며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이 같은 극단적인 베팅은 개인뿐만 아니라 월가의 프로들에게서도 포착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실시한 6월 펀드매니저 설문조사(FMS)에서 전 세계 자산운용사의 80%가 현재 가장 쏠림이 심한 거래로 '글로벌 반도체 매수(Long)'를 선택했다. 이는 매그니피센트 7(M7) 매수 비중(12%)을 압도하는 수치다.



반도체 쏠림 현상의 가속도 역시 전례가 없다. 지난 4월 조사에서 24%에 불과했던 반도체 매수 응답은 5월 73%로 수직 상승한 데 이어, 6월에는 80%라는 역사적 고점을 찍었다. 투자 부진 시 나만 낙오될 수 있다는 '포모(FOMO)' 심리가 시장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80%라는 숫자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맹목적 확신이라기보다, 호실적 랠리 속에서 "지금 당장 주식을 팔아치울 명분이 부재한 상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러한 극단적 수급 쏠림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와 AI 자산 시장이라는 방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찼고, 모두가 한 방향만 바라보는 과열 상태"라며 "역사적으로 특정 자산의 쏠림이 70~80%에 도달했을 때는 자산의 우량 여부와 관계없이 작은 뉴스나 지표 변화 등 사소한 충격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일시에 쏟아지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고 유의를 당부했다.

박지원 외신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