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삼전·닉스 2배 '진퇴양난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입력 2026-07-02 16:46
수정 2026-07-02 18:4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한 지 1개월이 지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환율 방어'를 명분으로 새로운 상품이 등장했지만 정작 환율은 잡지 못한 채 기형적인 쏠림 현상과 변동성 장세만 낳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 빗나간 환율 진단과 '헛다리'

애초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증시에 들어온 건 '환율 방어'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 홍콩 CSOP자산운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상품을 홍콩 증시에 상장시켰다. 글로벌 반도체 열풍을 타고 CSOP의 SK하이닉스 2배 상품은 8개월만에 테슬라 2배 상품(TSLL)을 제치고 글로벌 단일종목 레버리지 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 2배까지 합치면 순자산 규모가 70억 달러(약 11조원)에 육박했다.

국내 주식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 자산으로한 레버리지 상품이 인기를 끌자 외환 이탈을 우려해 국내 증시에도 비슷한 상품이 나오게 됐다. 결과적으로 환율 방어는 실패했다. 5월 하순 1500원 선이었던 환율은 현재 1560원에 육박한다.

애초부터 환율을 자극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의 순자산 규모는 5월 중순 11조원 수준이었다. 이게 전부 한국에서 온 돈이었다면 환율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당시 국내 투자자의 △CSOP SK하이닉스 2배 잔고는 2억 5837만 달러 △CSOP 삼성전자 2배 잔고는 1억 2658만 달러에 불과했다(5월 26일 기준). 환율 150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5500억원 수준이다. 환율을 자극할만큼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환율 상승의 진원지가 홍콩 상품이 아니었는데도, 섣부르게 국내에 레버리지 상품을 따라 내놓으면서 시장 변동성만 키우게 된 상황이다.



● 보수적 접근이 낳은 극단적 쏠림

돌이켜보면 '어떤 종목을 레버리지 상품으로 만들거냐'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당국은 처음 선보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만 종목을 제한했다.

당시 8개 자산운용사에게 4개 선택지(레버리지 2종·곱버스 2종) 중 2개씩 고르도록 했다. 대부분이 레버리지를 골랐고 삼성전자 레버리지 7종, SK하이닉스 7종이 같은날 쏟아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일찌감치 팔고 아쉬움이 극에 달해 있던 시점에서 대형 반도체주 2배 상품이 쏟아지다 보니 쏠림 현상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시총 1위 엔비디아라고 해도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이라 레버리지가 시장 전체를 흔들기 어렵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200에서 60% 가까이를 차지한다. 거대 종목에 레버리지 자금이 몰리니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시총 상위 종목·업종 대표 종목으로 선택지를 넓혀서 운용사에게 배분했다면 어땠을까. 자산운용사간 과당경쟁도 막고, 초대형 반도체주의 변동성은 지금보다는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 너무 높은 파생 진입장벽…레버리지로 몰려가



파생상품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도 풍선효과를 불렀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만기가 당일인 제로데이옵션이나 3배짜리 레버리지에 50배 무기한 선물 계약을 씌운 상품을 쉽게 거래한다. 물론 투기적 성격이 강하지만 상품의 선택지가 많다는 의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도 350여개 종목이 상장돼 있고, 배율도 1.25배~3배까지 다양하게 설정돼 있다.

반면 한국은 파생상품 투자에 나서려면 사전 교육, 수천만원 단위의 예탁금, 모의투자 시간 등 규제가 엄격하다. 국내 투자자들이 비교적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단일종목 2배 상품으로 단기간에 몰린 이유다.

이는 거래대금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증시의 일평균 ETF 거래대금 1500억 달러 중 레버리지 비중은 120억 달러로 8% 수준이다. 반면 최근 한 달간 국내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 38조원 중 레버리지와 곱버스 상품 비중은 12조원이다. 전체의 30%가 초단기 방향성 베팅에 쏠려 있다.

● 블랙홀 된 2배 상품…시장 전체 흔든다

쏠림의 규모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최근 한달여간 2배 상품에 개인 자금 8조 2000억원이 몰렸다. 일평균 4500억원이 유입된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제외한 나머지 ETF 순매수 금액(1000억원대)의 4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순자산총액 기준으로 지난달 19일 SK하이닉스 레버리지는 9조 15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는 5조 2200억원에 달했다. ETF는 주가가 오르면 평가액이 불어나 AUM이 커진다. AUM이 커질수록 2배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사거나 팔아야 하는 기초자산 규모도 함께 커진다.

오를 때는 더 사고 내릴 때는 더 팔아야 하는 구조 탓에 상승과 하락 어느 쪽이든 변동성이 극대화된다. 심지어 기존 국내 반도체형 ETF의 자금 이탈까지 유발하고 있다. 전체 ETF 순매수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반도체형 ETF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직후 순매도로 전환됐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부분도 글로벌 변동성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레버리지 하나에만 집중해서 보기보다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진퇴양난 빠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보며 "끝까지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막았어야 했다"고 탄식했을 정도다. 금융당국 역시 변동성 심화 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한다. 홍콩 당국은 자국 증시 안정을 위해 자국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상품을 허가하지 않는다. CSOP가 미국이나 한국 종목으로만 레버리지를 내놓는 이유다. 한국 역시 첫 출발인 만큼 국내 대형주가 아닌 미국 주식이나 시차가 비슷한 아시아 대형 종목의 2배 상품을 론칭해 투자 수요를 먼저 파악했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당장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수급 분산을 위해 상품 라인업을 시총 5~10위권으로 늘리는 것은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다.

신규 레버리지 수요 억제를 위해 현재 1000만원인 예탁금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출시 한 달 만에 룰을 바꾸기에는 부담이 큰데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칫 문턱을 높였다가는 도리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심이 진정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매일같이 요동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진정되는 시기가 언제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