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상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환율 방어를 명분삼아 도입한 고육책이었지만 정작 환율 방어에는 실패하고 시장 변동성만 키운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미국 증시와 비교해 국내 레버리지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전효성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아무래도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종목으로 제한한게 패착이었을까요?
<기자>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첫 출시하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잘 알고, 선물 유동성이 풍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만 한정한 거죠. 결국 같은날 두 종목의 레버리지가 14개가 쏟아지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반도체주를 일찌감치 팔고 개인투자자의 FOMO 현상이 극대화된 시점에서 반도체주 레버리지가 등장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이때 당시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시총 상위 종목, 섹터 대표 종목을 운용사에게 배분했더라면 지금 같은 극단적인 쏠림은 덜했을 겁니다.
<앵커>
미국은 레버리지 상품 때문에 시장이 흔들린다는 얘기는 못 들어본 것 같습니다. 국내 증시와는 어떤 차이가 있길래 그런 겁니까?
<기자>
앞서 언급한 대로 레버리지 상품의 다양성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올해 초 기준 미국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350여종에 달합니다. 이 중에서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레버리지 배율을 1.25배, 1.5배, 2배 형태로 다양화 시켜놓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레버리지가 적절한 수급 분산으로 이어진 거죠.
투자 성향 차이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증시의 일평균 ETF 거래대금은 1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 중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120억 달러로 8% 수준입니다. 과거 2% 수준에 머물던 것에 비하면 투기성 자금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전체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닌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다양한 ETF 상품 중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집중돼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반도체주 오름폭이 크다보니 더 빨리 쫓아가고자 하는 투자자의 열망이 극대화된 상황이죠. 최근 한달간 국내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약 38조원 정도인데 레버리지와 곱버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조원 수준입니다. 전체 ETF 거래의 30% 정도가 초단기 방향성 베팅에 쏠려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자금이 몰리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매일 새롭게 유입되는 규모만 4500억원에 달하는데 앞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거란 우려감이 적지 않습니다. 이민재 기자입니다.
[이민재 기자 리포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지난 5월 말 출시 이후 한달여 간 개인 자금 8조2천억 원이 몰렸습니다.
이 기간 하루 평균 4,500억원 가량 유입된 겁니다.
출시 이후 같은 기간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제외한 전체 ETF 순매수 금액이 1천억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4배가 넘습니다.
특히 순자산총액, AUM 기준으로도 규모가 빠르게 불었습니다.
지난달 19일 기준 SK하이닉스 레버리지의 AUM은 9조1,500억 원, 삼성전자는 5조2,2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확대가 단순한 자금 유입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ETF 평가액도 함께 불어나면서,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지 않아도 AUM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AUM이 커질수록 같은 등락에도 ETF가 맞춰 사거나 팔아야 하는 규모가 커지면서, 변동성도 함께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사게 되고, 내릴 때는 더 팔게 되는 구조라 상승과 하락 어느 쪽이든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금 쏠림이 다른 ETF의 자금 이탈로 이어지면서, 시장 전체의 흔들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출시 전에는 국내 반도체형 ETF가 전체 ETF 순매수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출시 직후에는 순매도로 전환됐습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에 상장된 국내 증시 레버리지 상품에 최대 5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디지털자산 상품도 거래되는 상황과 변동폭이 큰 반도체 업황이 맞물린 점도 한 몫했습니다.
[장근혁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부분도 글로벌 변동성 상승에 분명히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하나에만 집중해서 보기보다,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한국경제TV 이민재입니다.
<앵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도 화끈한 투자를 좋아하는데, 왜 유독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만 2배짜리 ETF로 쏠리는 겁니까?
<기자>
투자 수단에 대한 접근성 차이도 큽니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ETF가 아니어도 만기가 당일인 제로데이옵션(0DTE) 같은 상품을 모바일로 쉽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투기성이 짙긴 하지만 3배짜리 레버리지에 50배 무기한 선물 계약을 씌워 거래하는 것도 간단하게 가능하죠. 단돈 10달러, 20달러로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파생상품 대체재가 널려 있는 겁니다.
반면 한국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파생상품 시장 진입 장벽을 높게 쳐뒀습니다. 의무적으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고 수천만원단위의 기본 예탁금과 모의투자 시간도 필요하죠. 파생상품 규제에 가로막힌 국내 투자자들의 투기성 자금이 상대적으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단일종목 2배 상품으로 쏠려버린 셈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시총 10위권이나 각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들로 레버리지 상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짰다면 지금 같은 극단적인 쏠림은 덜했을 겁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 삼아 기초자산을 초대형주 2개로만 제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반도체 대장주로만 자금이 압축되는 기형적인 쏠림을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앵커>
이렇게 구조적으로 변동성에 취약한데도, 당국은 삼전과 닉스 단일종목 2배상품 상장을 성급하게 허용했습니다. 당시 내세웠던 가장 큰 명분은 '환율 방어'였죠?
<기자>
홍콩 CSOP자산운용이 국내 주식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상품을 홍콩에 상장시켜 자금을 끌어모으자 국내 자금 유출로 환율이 치솟을 것을 우려해 서둘러 카운터 상품을 낸 건데요.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죠. 국내에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상장하기 직전의 환율이 1510원 선이었는데 현재는 1550원에 육박하며 오히려 훌쩍 뛰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다뤘지만 홍콩 CSOP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약 11조원이 유입됐을 때 한국에서 홍콩으로 향한 돈은 약 5500억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홍콩 레버리지 상품이 환율 상승의 진원지가 아니었던 겁니다. 결국 잘못된 진단의 결과로 국내에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등장하게 된 셈입니다.
<앵커>
변동성이 커진데다 환율까지 잡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네요. 당국은 어떻게 상황을 보고 대응책을 준비중인가요?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끝까지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막았어야 했다고 탄식할 정도입니다. 금융당국에서도 지금 같은 변동성 심화 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다만 당장 어떤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시점입니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수급 분산을 위해 상품 라인업을 더 늘리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신규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현재 1천만원인 예탁금을 더 높이는 방안을 거론하지만, 이 역시도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높아진 시점이라 출시 한달만에 기준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심이 한풀 꺾여야 레버리지 수요도 줄어들겠지만, 글로벌 반도체주가 연일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내 대장주의 진정을 기다리기도 요원한 상황입니다. 결국 진퇴양난에 빠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