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싸게 보려다 "당했다"...돌려막기에 400명 '분통'

입력 2026-07-01 09:07


OTT 이용요금을 아끼기 위해 일부 사람들은 '4인 파티' 혹은 '분철'로 불리는 방식을 이용하곤 한다. 최대 4명이 하나의 계정을 공유해 요금을 나눠내는 식이다. 계정 보유자가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일정 요금을 받고서 계정 내 프로필 3개를 제공한다.

직장인 박모(26)씨는 작년 6월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4인 파티' 방식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계정 공유 글을 보고 판매자 A씨에게 연락했다.

A씨가 '웨이브' 계정을 1년간 공유해주겠다고 하자 박씨는 3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올해 3월이 되자 박씨 계정 접속이 차단됐다.

박씨가 항의하자 A씨는 "기존 계정에 문제가 생겼다"며 남은 기간(3개월)에 해당하는 비용을 차감하고, 2만3천원가량을 더 내면 1년짜리 아이디를 새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에 박씨는 돈을 보냈지만 새 프로필도 두 달 만에 접속이 되지 않았다.

A씨에게 연락을 했지만 이미 카카오톡과 전화를 모두 차단하고 잠적한 상태였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박씨뿐만이 아니었다. 네이버에 개설된 피해자 모임 카페의 회원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450명에 달했다.

카페 개설자 이모(27)씨에 따르면 A씨는 넷플릭스, 라프텔, 왓챠, 웨이브, 애플뮤직, 티빙, 아이치이, 디즈니플러스 등 유명 OTT 계정들을 판매해왔다.

피해자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했으며 피해 금액은 수천 원에서 수만 원대였다.

A씨가 사용한 계좌번호는 총 9개인 것으로 금융사기 피해 정보공유 서비스 '더치트'에 나타났다. 이들 계좌 관련 피해 금액은 약 590만 원이었다.

이씨의 경우 OTT 구독 기간이 4개월 남은 지난 5월 A씨가 잠적해 1만5천원가량 피해를 입었다.

A씨 수법은 전형적인 '돌려막기'인 것으로 피해자들은 파악했다. 새로 유입된 가입자들의 돈으로 기존 가입자들의 계정을 연장하다, 자금 회전이 한계에 부딪히자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A씨는 지난달 23일 일부 피해자에게 자기 능력으로 계정 운영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처음에는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 넘어가려 했지만 같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SNS에 글을 올렸다"며 "이후 댓글을 올리는 피해자들이 늘어나면서 체계적 대응을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이나 관할 경찰서에 A씨를 사기 혐의로 잇따라 고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금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신고나 대응을 포기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사기 범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A씨는 공동구매 문화가 활발한 엑스(X·옛 트위터)에서 대상을 찾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온라인 계정 공유 사기는 1인당 피해 금액은 적지만 범인 입장에서는 다수 피해자를 통해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며 "적발되더라도 처벌 부담이 적다고 생각해 범행이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간 OTT 계정 거래가 플랫폼 약관 위반이라는 점도 문제다.

김현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대부분 OTT 업체는 약관을 통해 계정 공유 범위를 가족이나 동일 가구 구성원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이를 넘어선 상업적 재판매된 계정을 이용할 경우, 사기 피해자라 할지라도 계정 정지나 손해배상 청구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A씨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돌려막기 및 고의 잠적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