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시장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매그니피센트7'(M7)의 시가총액이 이달에만 2조3,000억달러(약 3,560조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M7은 엔비디아·알파벳·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메타플랫폼·아마존·테슬라를 묶은 그룹이다. 이달 들어 M7 주가는 평균 약 10% 하락했다. 이 추세대로면 월간 기준 1년여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FT는 아마존·MS·알파벳·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 것이 주가 하락의 주된 배경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핵심 부품값이 급등하면서 빅테크의 영업이익률 압박도 부각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알제브리스의 시모네 라가치 글로벌 주식 담당 매니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엔비디아 지분을 일부 보유한 것을 제외하면 M7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은 이들의 대규모 투자가 과연 언제 가시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DWS의 빈센조 베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중심의 M7에서 반도체와 인프라 하드웨어 분야로 시장 주도권이 옮겨가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사 트리니티브릿지의 자일스 파킨슨 주식 부문 총괄은 "M7이 이제 하나의 그룹이 아니라 여러 다른 성격의 기업으로 분화되는 상황"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가장 꾸준히 주가 약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막대한 투자금이 정작 반도체 제조업체와 인프라 업체들에만 낙수효과 혜택을 안겨주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월마트·우버 등 기업들이 AI 비용 부담으로 AI 도구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도 하이퍼스케일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에 경량 저가 AI 모델 도입을 늘리고 AI 구매액을 줄인다면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금 회수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자들의 시선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에서 모멘텀을 얻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쏠려 있다. 미국에 상장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올 상반기에만 93% 급등했다. 이는 닷컴버블이 정점이었던 199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