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한 지 1개월 지났습니다. 최근 극심해진 증시 변동성의 진원지로 바로 2배 상품이 지목되고 있는데요.
전효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이 상품들로 인한 변동성이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탄식했을 정도입니다. 실제 변동성과 함께 높아지는 지표인 VKOSPI는 과거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수익률의 2배를 보장하기 위해서 주가가 오를 때는 본주를 더 사고, 주가가 내리면 본주를 더 팔아야 하는 구조인데요.
가뜩이나 글로벌 반도체주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마저 대형 반도체주 진폭을 키우면서 하루 걸러 하루 꼴로 시장 급등락이 반복되는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애초에 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다급하게 들여온 가장 큰 이유는 '환율 방어' 아니었습니까?
<기자>
홍콩 CSOP자산운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상품을 홍콩 증시에 상장시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반도체주 열풍에 힘입어서 CSOP의 SK하이닉스 상품은 상장 8개월만에 테슬라 2배 상품(TSLL)을 제치고 글로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모 1위에 올라섰습니다.
삼성전자 2배까지 포함하면 두 레버리지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5월 중순 기준 70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자금의 해외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국내 증시에도 비슷한 상품이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정작 환율은 잡지 못했잖아요? 애초에 상황 판단이 빗나갔다는 지적이 나오던데요.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나오기 직전이 5월 하순 환율은 1400원 후반~1510원선을 오갔습니다. 오늘 환율이 1550원에 육박하는걸 감안하면 환율을 잡는데는 실패한 거죠.
국내에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상장될 무렵에 홍콩 상품의 운용 규모가 11조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한국에서 넘어간 자금은 5000억원 안팎이었다는 게 CSOP 측의 설명입니다.
실제 세이브로 자료를 살펴보니 국내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하기 전날(5월 26일) 기준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상품의 투자자 잔고는 2억 5837만달러, 삼성전자 2배는 1억 2658만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환율 1500원 기준 5500억원 수준입니다.
애초에 환율을 크게 자극할 만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아니었던 겁니다.
<앵커>
국내 주식으로 2배 상품이 나올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으로 선택지가 제한된 점도 쏠림을 심화시켰을 것 같습니다.
<기자>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첫 출발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나마 변동성이 제한적이고 대중들이 가장 잘 아는 우량주로 제한한 거죠.
당시에 주요 자산운용사들에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와 곱버스, 총 4개 중 2개씩을 고르도록 했습니다. 곱버스 2개 상품을 제외하면 사실상 구조가 비슷한 14개 레버리지 상품이 같은날 쏟아지면서 극심한 쏠림 현상의 배경이 됐습니다.
미국이야 워낙 시장 규모가 크고 대형주도 많아서 시총 1위 엔비디아가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에 불과합니다.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돼도 시장으로 번지는 영향이 제한적이죠.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웃도는데, 여기에 2배 상품 선택지마저 두 종목뿐이니 본주 변동성이 덩달아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앵커>
홍콩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작 홍콩 당국은 자국 종목으로는 이런 레버리지 상품을 못 만들게 제한하고 있다고요?
<기자>
아쉬운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실제 홍콩 당국은 자국 증시 안정을 위해서 중화권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상품은 아직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콩 CSOP가 홍콩 종목 대신 미국이나 한국 등 해외 종목으로만 2배 상품을 내놓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국도 단일종목 2배 상품이 처음이었던 만큼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반도체주가 아니라 해외 주식이나 시차가 비슷한 아시아 대형 종목으로 2배 상품을 론칭했더라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을 겁니다. 레버리지 투자 수요에 대한 사전 파악도 가능했을 거고요. 해외 주식 2배 상품으로 국내 투자자의 레버리지 수요를 파악해보고 출발했어도 늦지는 않았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앵커>
처음부터 룰을 다르게 정했다면 어땠을까요?
<기자>
사실 국내 증시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는 이미 한국 증시를 바탕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막을 수 없는 흐름이죠.
어차피 국내에도 레버리지 상품이 나올 거라면 처음부터 시총 5~10위권 종목으로 선택지를 넓혀서 각각의 운용사에게 종목별로 배분했다면 지금같은 쏠림은 상대적으로 덜했을 겁니다. 혹은 홍콩처럼 자국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를 제한하고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반도체주를 일찌감치 팔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FOMO 현상이 극대화된 시점에서 선택지는 2개 뿐, 8개 운용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한날 한시에 내놓은 점은 결국 시장 변동성 극대화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