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사전 인증을 획득한 드론, 로봇 같은 무인 무기 체계를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기존처럼 군의 소요 제기를 따라 사업 방식 결정, 시험 평가, 계약 체결, 전력화 절차를 순서대로 밟으면 급변하는 무인 무기 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관련 내용을 담은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군이 기술 주기가 짧은 대량 소모형 무기 체계 사전 인증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군이 소요를 제기하기 전에 드론과 로봇 업체나 전문 연구 기관이 보유한 제품을 시험 평가하고 성능이 검증된 제품을 일명 ‘사전 인증품 목록’에 올려두는 방식이다. 이어 군이 소요를 결정하면 긴 획득 절차를 밟지 않고 사전 인증품 목록에 오른 제품을 골라 바로 사는 구조다.
현행 방위사업법상 방위력 개선 사업은 통상 선행 연구와 사업 추진안을 정해야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궤도장비나 함정, 전투기처럼 연구 개발과 성능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형 무기에는 적합하지만 드론이나 로봇처럼 짧은 기간에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일부 무인 무기는 역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드론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기점으로 단순 정찰을 넘어 자폭과 전자전 등의 입체적인 작전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드론을 막는 대(對)드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 구축된 획득 체계는 소요가 반영된 다음에야 사업이 궤도에 오르다 보니 전력화될 때면 구식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유용원 의원은 “드론 등 무인 무기는 이미 전장의 중심이 됐다”라며 “수년 뒤를 목표로 한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새로운 제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방위사업청장이 방위산업체와 전문 연구 기관 등으로부터 상시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방사청은 신청자가 요구한 성능을 기준으로 사전 시험 평가를 하고 시험 평가를 마친 제품 목록을 유지해야 한다. 목록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각 군 본부에 통보된다. 또 국방부 장관과 협조해 사전 인증 시험 평가 전문 기관을 지정,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 즉시 구매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유 의원은 "제도가 도입되면 드론을 비롯한 무인 무기의 전력화 기간이 기존 사업 방식보다 짧게 2년 길게 5년이나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신속 소요 제도나 시범 사업 제도 등 획득 절차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선정 폭이 좁고 사업 추진에만 1~2년이 걸려 한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 드론과 로봇 기업들은 우수한 제품을 들고 있어도 군 소요나 사업 공고가 없으면 제품을 판매할 통로가 막히기 일수였다. 하지만 앞으로 사전 인증 제도가 도입되면 회사가 수시로 사전 시험 평가를 받아 인증을 획득하며 군에 납품할 길을 직접 열 수 있다.
사전 인증 이력은 해외 수출에서도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 군의 시험 평가를 통과했다는 점이 일종의 신뢰 지표가 될 수 있어서다. 유 의원도 외국에서의 시험 평가 비용 절감에 더해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검증의 공정성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드론은 단순 비행만으로 시험 평가할 수 없다. 군용 특성 상 국산화와 함께 데이터 처리, 암호화 모듈, 통신 보안 등도 복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더군다나 최근 국방부 등 여러 정부 기관이 주관, 주최하는 '2026 대한민국 드론 공방전'에서 몇몇 참가팀이 국산 사용 규정을 어긴 채 중국산을 쓰고 참가팀과 심사위원 간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 관련기사: <한국경제TV 2026년 6월 23일자 [단독] “DJI 안 된다더니”…국산 대신 중국산 택했다 [의혹의 군 드론 사업 ①] https://naver.me/xCjWgXBA>
▷ 관련기사: <한국경제TV 2026년 6월 24일자 [단독] 중국산 잡았더니 심사 삐걱…전직 부사장이 심사위원으로 [의혹의 군 드론 사업 ②] https://naver.me/FQuMshNC>
▷ 관련기사: <한국경제TV 2026년 6월 25일자 [단독] 운영자도 심사자도 같은 사조직…“국정과제 쥐락펴락” [의혹의 군 드론 사업 ③] https://naver.me/FQuMshNC>
법안은 국방부가 지난 26일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을 발표한 며칠 뒤 발의됐다. 국방부는 당시 드론 2만 대 이상 확보, 50만 드론 전사 양성, 한국형 장거리 자폭 무인기 전력화, 한국형 군용 드론 인증 체계 구축 등을 공식화했다. 일각에서는 방향은 정했지만 민간 기술을 군으로 빠르게 이전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이에 유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빈틈을 겨냥한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정부가 세운 요건을 충족한 드론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도 민간 기술을 군에 빠르게 흡수시켜 전장에 활용하고 있다.
관건은 시행령과 인증 기관 운영이다. 어떤 장비를 기술 주기가 짧은 대량 소모형 무기로 볼지, 누가 시험 평가를 할지, 인증품을 얼마나 자주 갱신할지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