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율 94%"…HD현대일렉, AI 배전 거점 첫 선

입력 2026-06-29 18:17
2.5만평 청주 공장 최초 공개 AI로 수요 예측...생산성 향상 절반 수준 납기로 병목 해소 “2030년 배전 매출 비중 30%”
HD현대일렉트릭 실적의 중심은 초고압 변압기였다. 북미 전력망이 낡고 AI 데이터센터가 인기몰이할수록 초고압 변압기의 수요는 급증했고 가격도 급등해 수익성도 큰 폭으로 솟구쳤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분기 매출액 1조 365억 원, 영업이익 2,58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4.9%로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수치였다.

변압기가 주목을 받자 뒤이어 배전기기의 중요성과 필요성도 대두됐다. 각 발전소에서 끌어온 전기는 전압으로 바꿔 서버실이나 냉각 설비 등 여러 수요처로 나눠 보내야 한다. 과정에서 전류에 이상이 생기면 이동 경로를 즉시 차단해 설비를 보호하는 배전기기가 필수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들은 "배전기기를 대형 두꺼비집으로 부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주 공장이 바로 글로벌 대형 두꺼비집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라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가 실적을 견인하는 사이 약 1,161억 원을 투자해 전체 부지 약 2만 5,000평 규모의 차단기를 비롯한 배전기기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바로 충북 청주 배전 캠퍼스로 지난 25일 언론에 처음으로 선보이며 회사가 변압기 다음 미래 먹거리로 배전기기를 삼았다는 점을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이목을 끈 것은 생산보다 물류 라인이었다. 청주 공장에서는 작업자가 창고를 오가며 부품을 찾지 않았다.

중심에는 자동화 창고가 있었다. 자동화 창고는 팔레트 창고 840개, 토트 창고 1만 3,200개를 보관하는데 WMS라는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 일정에 맞춰 자재들을 서로 다른 상자에 나눠 담아둔다. 이어 자동화 창고에서 부품 상자를 꺼내는 로봇인 ACR, 상자를 받아 자율 주행으로 나르는 로봇인 AMR, 상자 속 자재를 작업자에게 배달하는 로봇인 GTP 등이 차례로 작업을 수행한다.

근로자들의 이동이 사라지자 라인이 멈추는 시간도 없어져 물류의 효율성과 함께 생산성도 높아졌다. 청주 공장의 자동화율은 평균 94%에 달한다. 기존 배전기기 공장의 자동화율이 7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생산 방식 자체가 통째로 바뀌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설비 효율도 기존 50%대 후반에서 현재 75% 수준으로 HD현대일렉트릭은 오는 2030년 글로벌 톱 티어 기업들을 따라 90%대로 올리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청주 공장이 들어서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중저압 차단기 연간 생산력은 기존 500만 대에서 850만 대로 뛰었다. 2030년에는 연 1,300만 대로 불어날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기기 매출 비중도 중장기적으로 30%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배전기기는 자동화가 특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고객사마다 전압과 용량 같은 옵션이 달라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들을 소량으로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해서다. 그래서 납기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HD현대일렉트릭이 청주 공장에 자동화로 힘을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사 공정도 근로자들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검사 라인에 설치된 비전 카메라는 제품 전후면과 상하측면을 촬영하며 부품 누락 여부를 확인했다. 진공 차단기의 품질을 좌우하는 진공도 시험도 자동으로 진행됐다. 늘어나는 생산량에 대응해 불량도도 줄이기 위해서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배전사업본부 부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청주 공장은 하드웨어만 새로 지은 공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진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 예측부터 생산 일정, 협력사 부품 공급까지 연결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이창호 부사장을 중심으로 배전기기의 납기 단축에 방점을 찍은 건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려는 차원의 행보다. 빅테크들의 포진으로 AI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북미에서는 배전기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38kV(킬로볼트)급 진공 차단기는 현지 납기도 1년 넘게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은 청주 공장의 경우 절반 수준으로 납기할 수 있다고 제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금은 변압기가 실적을 끌고 밀고 있지만 앞으로는 변압기를 떠받치는 배전기기가 당길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언론에 청주 공장을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