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계엄 때 불법구금된 JP…"장녀에 1억4천만원 배상"

입력 2026-06-28 14:40


1980년 비상계엄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불법 구금되고 재산을 강제로 헌납한 피해를 본 고(故)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정하정 부장판사)는 김 전 총리의 장녀 김예리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1억4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김 전 총리는 1980년 5·17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당일 '권력형 부정 축재 혐의자'로 지목돼 자택에서 강제 연행됐다. 이후 같은 해 7월 2일까지 47일 동안 구금된 채 조사를 받았고, 국회의원직 사퇴와 재산 헌납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김 전 총리 등은 권력형 부정 축재자로, 정부의 정화 의지에 순응해 재산을 국가에 자진 헌납할 것을 다짐했으며 모든 공직에서 스스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김 전 총리 사망 이후 장녀 김예리씨는 2022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2024년 10월 "국가가 강압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받고,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재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해 의사결정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후 김예리씨는 작년 1월 "선친이 재산을 강탈당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는 등 불법행위를 당했으며, 부정 축재자로 매도되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면서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가는 재판 과정에서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법정 효력이 없고, 김 전 총리는 자발적으로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진실규명 결정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여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재산 헌납 기부서와 국회의원직 사퇴서 등을 제출토록 했다"며 "이런 행위는 공권력을 남용한 직무상의 불법행위로, 망인과 그 가족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