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축구대표팀이 별도의 환영 행사 없이 조용히 귀국한다. '캡틴' 손흥민을 앞세워 역대 최고 수준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참가국 확대에도 32강 진출에 실패하며 한국 축구의 현실을 다시 확인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고 28일 밝혔다.
홍 감독과 함께 조현우(울산), 김민재(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황희찬(울버햄프턴), 백승호(버밍엄시티), 김문환(대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설영우(즈베즈다) 등 선수 8명이 2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떠나 미국을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다.
축구협회는 별도의 귀국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을 마치고 대표팀이 공식 귀국 행사 없이 입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하며 최악의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당시에도 귀국 행사는 진행됐다. 당시 공항에서는 일부 팬들이 홍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엿'을 던지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감독과 함께 입국하지 않는 손흥민(LAFC)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일정에 따라 별도로 귀국한다. 축구협회는 선수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7월 1일까지 모두 귀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A조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달아 0-1로 패해 1승 2패, 승점 3으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 각 조 1·2위 24개국과 조 3위 상위 8개국까지 32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한국은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상위 8위 안에도 들지 못해 탈락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에게도 큰 아쉬움을 남겼다.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네 번째 월드컵에 나선 그는 다시 한 번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지만 목표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앞선 세 차례 대회에서 3골을 기록, 박지성·안정환과 함께 한국인 통산 최다 득점 공동 1위였던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단독 1위 등극을 노렸다.
새 역사를 겨냥한 채 조별리그 1, 2차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쉴 새 없이 상대 수비를 흔들었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체코전에서는 후반 24분, 멕시코전에서는 후반 12분에 그를 일찌감치 벤치로 불러들였다. 마지막 남아공전에서 홍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한 뒤 후반전 '조커'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고대하던 득점포는 결국 침묵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는 '손흥민 보유국'이라는 프리미엄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다음 월드컵이 열릴 때면 손흥민의 나이는 만 나이로 37세가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가 사실상 그의 '라스트 댄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손흥민은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단정 지은 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의 전성기를 함께하고도 4번 중 3번이나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한 한국 축구는 뼈아픈 숙제만 떠안은 채 씁쓸하게 발길을 돌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