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선 칼럼]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

입력 2026-06-26 09:47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책의 가치 롯데장학재단, 북드림 도서 지원사업 12년째 이어가 깊이 읽고 생각하는 힘이 미래를 만드는 경쟁력


할아버지는 평생 독서를 사랑하셨다. 그에 반해 나는 솔직히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에 만난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아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다.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던 사춘기, 나를 붙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책과 클래식 음악이었다. 특히 위인전의 훌륭한 인물들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과 생각을 만나게 해주었고, 그 안에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조금씩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독서가 가장 필요한 때가 있다면, 어른이 된 이후보다 오히려 어린 시절이라고 믿는다. 롯데장학재단은 이런 마음을 담아 ‘북드림 도서 지원사업’을 올해로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사업은 도서 보급률이 낮은 지역의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충분히 읽으며 폭넓은 독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지난 2015년부터 강원, 경남, 전남, 전북, 제주 등 전국 1,095개 초·중·고교에 누적 약 33억 원 상당의 실물 도서를 지원하며 아동·청소년 독서문화 확산에 힘써왔다.올해는 공공도서관 수와 학생 수 대비 도서 자료 보유량 등 지역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천을 지원 지역으로 선정하고, 인천광역시교육청과 협력해 총 7,755권의 도서를 전달했다.

나아가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거나 건성으로 읽고 지나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독서미술대전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책을 읽은 뒤 마음에 남은 생각과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독서를 더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사업을 준비하며 다시금 확인한 것은 아이들이 여전히 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이 과연 예전만큼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빼곡히 적힌 학교별 희망 도서 목록에는 아이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이 담겨 있었다. 그 사실은 무척 반갑고도 뿌듯했다.

끝으로 아이들이 책을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라,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AI 시대일수록, 시간을 들여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는 책의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인물과 상황을 따라가며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삶을 만나고, 낯선 감정을 느끼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배운다. AI가 정보를 빠르게 찾아줄 수는 있어도, 스스로 생각하고 깊이 느끼는 힘까지 대신 길러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