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조합법,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동안 하청노조 1,161곳이 원청 사업장 439곳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41곳의 원청이 사용자성 여부 등을 판단 받는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 중 91%가 하청 노조의 ‘진짜 사장’으로 인정 받았다.
정부는 법 시행 당시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나 '무분별한 쪼개기 교섭'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 잇따르고, 간접적인 지원·협력 관계까지 단체교섭 범위가 확대되면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3월 10일) 이후 이달 19일까지 원청 사업장 439곳을 대상으로 하청 노조 1,161곳이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속 조합원 수는 16만4천여명에 달한다.
교섭요구가 제기된 원청 사업장은 3월 363곳에서 4월 405곳, 지난달 428곳으로 늘어 실제 증가 폭은 4월 42곳, 지난달 23곳으로 급감했다.
또한 원청 사업장 1곳당 교섭요구는 평균 2.6건, 평균 조합원 수는 375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우려했던 교섭요구의 폭발적 증가나 교섭단위의 과도한 세분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섭요구 이후 사용자성 등에 대한 판단을 기준으로 노동위원회에서 관련 심사를 거친 원청 사업장은 141곳이고 이 중 사용자성 여부가 판가름 난 사업장은 113곳이다.
이 가운데 103곳은 노동위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으며, 결정서가 송달되지 않은 32곳을 제외한 71곳 중 54곳은 노동위 판단에 따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위 판단 없이 자율적으로 교섭을 진행한 42곳을 포함하면, 총 96곳에서 교섭 절차를 밟고 있는 것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교섭요구 받은 원청 사업장 439곳 중에 실제 교섭에 들어간 사업장은 인천의료원을 포함해 10곳(2.3%)에 불과했다.
교섭 요구를 받고도 노동위 시정 신청 등 별도 절차를 진행 중이지 않은 사업장도 256곳에 달했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데, 법 시행 초기 판례가 부족한 만큼 자율 교섭 대신 공고를 미루거나 노동위원회 판단을 구하며 버티고 있단 얘기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의 문이 열렸지만, 이렇듯 실제 본교섭에 들어간 사업장은 10곳에 그치면서 제도가 제대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를 두고 '교섭 지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상견례를 기준으로 본교섭에 들어간 곳은 10곳이지만,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마치고 교섭 의제·일정 등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 51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경우 본교섭 개시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된다"며 "원하청 교섭 진행 상황이 이례적으로 더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최근 한화오션에 사내 급식 하청업체 웰리브 노조의 원청으로서 사용자성이 있다고 인정한 데 대해선 "기존 노동부 해석 지침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은 '산업안전, 작업환경 의제'에 대해 사내 지원 업체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이나 노조가 중노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직 도달하지 않은 판정서가 공개되고 판례가 쌓이면 노사 양측에서 판단 기준이 생길 것"이라며 "행정소송 제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부는 원청 대기업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노사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갈등이 생기면 파업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하청 노사가 절차에 따라 교섭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와 노사 자치로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봤다.
노동부는 원하청 교섭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노동관서 전담팀을 중심으로 노사간 긴밀한 협의와 교섭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원하청 노사는 노동위 판단과 교섭창구단일화 등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계는 노동위 판단이 내려진 경우 법원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당사자 간 교섭에 적극 임해주기를 바란다"며 "노조도 원청이 실질적 지배·결정할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과 교섭 성과를 만들어 가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