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 대한 긴급운영자금(DIP 금융) 지원 조건을 놓고 MBK파트너스(MBK)와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이 정면충돌한 가운데 최대주주 MBK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 지원을 의결했다. 단 MBK와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MBK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MBK는 이미 홈플러스에 상당한 지원을 했다고 반발했다. 또 홈플러스는 담보가 아닌 수많은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생계가 달린 계속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메리츠의 지원을 촉구했다.
현재 MBK는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4,000억원 규모의 자금과 신용을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병주 회장의 개인 증여 400억원과 대출 보증, MBK의 DIP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MBK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의 상당 부분이 실제 현금 투입이 아닌 대출이나 연대보증이라는 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일부 매체의 보도 등에 따르면 MBK는 330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의 운용보수만 연간 수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MBK는 지난 3월 연례서한을 통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17억달러(약 2조6140억원)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홈플러스에 투자한 바이아웃펀드 3호는 지난해 15.4% 수익을 기록했다.
또 일각에서는 김병주 MBK 회장에 대해 추정 자산이 약 99억달러(약 15조2300억원) 수준으로 2026년 포브스 한국 부자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막대한 자산을 보유했다는 점을 지적도 나온다.
MBK가 '직접 투자사가 아닌 투자자금 운용사'라며 대주주로서의 책임은 최소화하고, 메리츠 등 채권자의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과정이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주요 점포를 담보로 약 1조3,000억원을 빌려준 채권자다. 이 중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약 2,6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절차 중인 채권자에게 추가 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리스크가 따른다. 실제 메리츠의 일부 주주들이 홈플러스에 대한 DIP 지원을 반대하며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이런 상항에서 MBK는 홈플러스가 청산된다면 메리츠가 1조5,600억원 규모의 담보가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2,000억원을 더 빌려주더라도 총 1조8,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으니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담보가치가 아닌 MBK의 자체 계산에 따른 추정치다. 또 홈플러스가 청산되더라도 책임은 홈플러스와 MBK에게 있으며, 메리츠가 책임을 나눌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이 크다면 그 회사를 인수하고 경영에 관여해 온 최대주주가 가장 먼저 책임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수익은 투자자와 자본이 누리고 실패의 비용은 채권자와 사회가 떠안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의 출발점은 메리츠 등 채권자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MBK의 책임 있는 자세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믿는다면 MBK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