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이라더니…변기 만들던 회사까지 "7600억 투자"

입력 2026-06-22 11:53
수정 2026-06-22 11:57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기존 주력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반도체 분야에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반도체 관련 사업이 기존 주력 사업보다 더 큰 수익을 내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욕실용품 제조업체 토토는 반도체 제조장비용 부자재 사업 확대를 위해 향후 5년간 800억엔(약 7천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토토는 욕조와 변기 등 위생도기 생산 과정에서 쌓은 세라믹 소성(비금속 재료에 열을 가해 굳힘)기술을 바탕으로 1980년대부터 반도체 부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력 제품은 반도체 웨이퍼를 고정하는 '정전 척'(Electrostatic Chuck)으로, 고순도 세라믹을 활용한 높은 내구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해당 사업은 오랜 기간 적자를 냈지만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2020년 이후 실적이 빠르게 개선돼 현재는 위생도기 중심의 본업을 넘어서는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토토의 반도체 부자재 사업은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매출액이 전기 대비 34% 증가한 674억엔(약 6천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89억엔(약 2천700억원)으로 전기 대비 42% 늘어나며 전체 이익의 절반가량을 담당했다.

회사는 최첨단 1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대 연산용 로직 반도체용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신규 생산시설 건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일본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의류용 섬유를 생산하던 유니티카는 기존 사업에서 철수한 뒤 스마트폰과 AI 데이터센터용 전자기판에 쓰이는 초정밀 유리섬유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화학·화장품 기업 카오는 반도체 제조 공정용 고성능 나노 세정제를 공급하고 있으며, 식품회사 아지노모토 역시 절연체 소재 사업을 통해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닛케이는 AI 산업 성장에 힘입어 장기간 변화가 더뎠던 일본 제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관련 기대감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이날 오전 11시 7분 기준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주말 종가보다 1.79% 오른 72,526.48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72,000선을 넘어섰다.

무라타 제작소나 이비덴, 미쓰이 금속 등 AI·반도체 관련 종목이 상승을 주도했다.

장기 기억 메모리 낸드플래시 제조사 키옥시아 주가는 1.93% 오른 11만700엔으로 시가총액이 한때 60.6조엔(약 576조원)에 이르며 일본 시총 1위 자리에 재등극했다.

도쿄 주식시장은 전주말 영업일인 19일 종가 기준 5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