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모차르트일 줄은"…도서관 악보 더미서 발견된 '레슨 공책'

입력 2026-06-20 17:31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소장 자료에서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가 22세 때 파리에서 직접 쓴 '작곡 레슨 공책'이 발견돼 음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nF는 19일(현지시간) 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파리에 머물던 1778년에 작성한 44쪽짜리 악보 공책을 찾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공책은 그동안 18세기 말의 작자 미상, 제목 미상 자료로 보관돼 있었지만, 프랑스산 종이와 필체, 내용, 소장 경위 등을 종합한 결과 모차르트의 자필이 담긴 것으로 판정됐다. 안에는 작곡 연습과 함께 새로 발견된 플루트·하프 곡 7편이 실려 있는데, 이 가운데 6편은 완성된 상태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 공책이 모차르트가 1778년 5월부터 7월까지 마리-루이즈-필리핀 드 보니에르 드 기네에게 작곡을 가르칠 때 쓴 것으로 본다. 레슨은 제자가 그해 7월 26일 결혼하며 중단됐다.

제자는 하프를, 그의 아버지인 기네 공작 아드리앵-루이 드 보니에르 드 수아스트르는 플루트를 연주했는데 부녀 모두 실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작이 부녀가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모차르트에게 의뢰한 곡이 바로 유명한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KV 299다. 그는 딸이 자신과 함께 큰 소나타를 연주할 만한 실력을 갖추길 바라며 모차르트에게 작곡 레슨을 맡겼다.

공작은 런던 주재 프랑스 대사로 일할 당시 파리에서 흔하던 낮은 라(D)음까지만 나오는 플루트보다 더 낮은 다(C)음까지 낼 수 있는 특수 플루트를 구했다. 실제로 그가 의뢰한 KV 299 협주곡에는 낮은 다(C)음이 등장하고, 새로 발견된 공책 속 곡들도 이 특수 플루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견은 단순한 미공개 악보 출토를 넘어선다. 모차르트가 젊은 작곡가이자 교사로서 학생에게 작곡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보여주는 가장 이른 시기의 실물 자료라는 점에서다. 모차르트는 1778년 5월 14일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제자가 하프는 "훌륭하게" 연주하지만 작곡에서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는 미뉴에트의 첫 네 마디를 자신이 써준 뒤 제자에게 이어 쓰거나 바꿔 보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했다고 적었는데, 새로 나온 공책의 내용은 이 편지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공책 곳곳에는 스승과 제자의 필체가 뒤섞여 있고, 일부 연습 부분은 드 기네가 직접 적은 것으로 보여 실제 레슨 과정이 악보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마지막 연습은 미완성으로 남고 뒤쪽 6쪽은 비어 있는데, 이는 드 기네의 결혼으로 레슨이 끝났다는 정황과도 맞아떨어진다.

공책의 행방은 프랑스 혁명의 격변과도 맞닿아 있다. BnF는 이 자료가 1794년 5월 4일 파리 바렌가의 기네 공작 저택에서 압수된 "두 꾸러미의 음악 자료" 중 일부였다가 도서관 소장품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책에는 2020년에야 전문가들에게 처음 알려진 KV 299의 프랑스 필사본과 동일한 도장이 찍혀 있어 두 자료가 같은 경로로 전해졌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발견은 올해 2월 2일 BnF 음악부에서 1800년 이전 소장품을 담당하는 학예사 프랑수아-피에르 구아가 은퇴 전 정리하려던 익명 악보 더미를 살펴보다 이뤄졌다. 그는 AFP통신에 "내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마침 몇 주 전 모차르트의 교습 자료를 살펴본 적이 있어 둥글고 살짝 기울어진 높은음자리표, 프랑스식과 반대 방향으로 그려진 낮은음자리표 등에서 모차르트 특유의 필체를 알아챘다고 전했다.

이후 BnF 공연예술부의 로랑스 드코베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비블리오테카 모차르티아나의 아르민 브린칭 관장이 차례로 감정해 모차르트의 자필 자료임을 확인했다.

BnF의 질 페쿠 관장은 이번 발견을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 사이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라며, 모차르트의 마지막 파리 체류를 기록하는 동시에 "젊은 교사 모차르트가 제자와 대화하며 일상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새로 확인된 플루트·하프 곡 7편 중 완성작 6편은 21일(현지시간) 파리 BnF 리슐리외관 오벌홀에서 처음 공개 연주된다. 일부 실황은 22일 오전 8시부터 공영방송 라디오프랑스의 음악 채널 '프랑스 뮈지크' 아침 방송에서 세계 최초로 전파를 타며, 전체 곡은 같은 날 오후 3시 독점 방송된다.

(사진=프랑스국립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