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 상황 겁먹고 굴복"…美 유력지서 쏟아진 비판

입력 2026-06-19 21:07


미국 주요 신문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종전 합의를 두고 '치솟는 유가와 경제 악화가 두려워 굴복한 결과'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석유 무기 앞에서 미국의 약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이번 종전 협상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솔직함이 그가 이란 정권과 협상을 맺은 정치적 의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MOU 서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재앙"이라며 전쟁 장기화에 따른 비용 증가가 종전을 추진한 배경임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유가와 하락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라고 WSJ은 해석했다. 그러면서 MOU가 미국이 열세인 상황에서 체결됐음을 암시한다며, 미국에 선택지가 있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 감수를 주저한 채 2개월간의 허술한 휴전 동안 여론 악화와 석유 비축량 감소 속에 이란의 경제적 압박에 굴복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이 이란 정권은 살아남았다고 혹평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1930년대 대공황기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을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후버 전 대통령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지속되도록 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WP는 이를 후버의 유산에 붙잡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공황을 불러 미국 경제를 망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풀이했다.

특히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목표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거나 이를 MOU에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첫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폭사하고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후임 최고지도자로 선출됐음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사실상 "정권 교체"됐다고 말했다.

또 전쟁 목표로 이란의 미사일 능력 파괴와 해군력 궤멸, 핵무기 획득 금지, 외부 세력 지원 불허 등을 내세웠으나 이 내용들이 MOU에 명시되지 못했다고 WP는 짚었다. WP는 이란이 양보한 것이 거의 없어 미국에는 미미한 성과에 그쳤다며, 이 작은 성과를 위해 미군 장병 13명이 숨지고 약 400명이 다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해진 미국의 억지력을 이란이 이점으로 삼으려 할 수 있다며 이번 종전이 평화를 지속시킬지에 의문을 표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을 통해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