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 애플도 백기…메모리 품귀에 가격 인상 예고

입력 2026-06-19 16:50


애플이 인공지능(AI) 열풍발 메모리 칩 품귀 앞에서 결국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요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이 AI 서버용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칩 가격이 크게 올라, 제품가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모리 칩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기업 중 하나인 애플조차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개월간 메모리 칩 가격이 급등하며 애플의 가격 인상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었는데, 애플은 끝내 인상 계획을 내놨다. 팀 쿡 CEO는 WSJ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가격의 엄청난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흡수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제품을 얼마나 올릴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왐시 모한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전에는 아이폰 모델 가격이 100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아이폰 프로 모델의 경우 추가로 100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제품은 이미 고가 제품군에 속해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애플은 이달 초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출시될 가장 강력한 AI 기능 중 일부를 평균 가격 1,369달러인 고가 모델 3종에만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상은 오랜 기간 칩 공급업체를 상대로 압도적 우위를 점해온 애플도 칩값 급등 앞에서는 별수 없다는 인상을 준다. 애플은 탁월한 공급망 관리를 바탕으로 여타 주요 IT 기기 제조사보다 훨씬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칩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고급 스마트폰에 쓰이는 D램 가격이 이번 분기 최대 83%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의 입지는 메모리 구매 시장에서 이미 위협받고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를 대량 구매하는 엔비디아는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에서 애플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며, 비저블 알파의 컨센서스 추정치는 엔비디아가 2년 내 애플의 연간 잉여현금흐름을 두 배 이상 넘어설 것으로 봤다.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은 현재 70%대 중반으로 애플(40%)을 크게 웃돈다. 회계처리 방식에서도 애플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다른 기술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위해 메모리를 사면 이를 자본지출로 처리해 시간이 지나며 비용을 상각할 수 있지만, 애플은 칩 구매 비용이 매출원가에 직접 반영돼 부품값이 급등하면 매출총이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