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직후에도 레바논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서, 양국의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첫 후속 협상이 출발부터 어그러졌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미국 매체 악시오스 등을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은 밤사이 레바논 남부 곳곳에서 헤즈볼라 대원과 관련 시설을 잇따라 타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성명에서 이번 작전을 이란의 지원을 받은 헤즈볼라의 반복적 휴전 위반에 맞선 대응이라고 규정했다. 전날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진 교전으로 레바논 남부에서는 최소 15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휴전 중이라도 자국 영토와 국민을 향한 위협에는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레바논을 비롯한 모든 전선의 군사작전 종식을 선언한 MOU에도 양측 충돌이 가라앉지 않자 이날 스위스에서 예정됐던 미국과 이란의 첫 실무협상도 끝내 열리지 못했다. 스위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양국 회담이 이날 개최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 회담은 양국이 MOU에 따라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문제를 다루기로 한 첫 실무 자리였다.
스위스 정부 발표보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협상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의 스위스 방문이 연기됐다고 먼저 알렸다. 백악관 대변인은 "실무 대화를 위한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런 협상의 실무적 조율은 결코 쉽거나 예측 가능한 적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표단은 가능한 가장 빠른 시점에 출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최대한 빨리 실무 대화를 시작하기를 고대한다"고 부연했다. 이란 타스님뉴스도 대표단의 스위스 방문을 두고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며 회담이 무산됐음을 시사했다.
첫 실무회담이 어그러진 배경으로는 종전 합의 이후에도 멈추지 않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거론된다고 미국·이란 언론들은 짚었다. 미국 정부의 한 당국자도 악시오스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휴전을 위반했다는 이란 측 주장이 회담 무산의 배경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친헤즈볼라 성향 매체 알마야딘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대표단이 출국 채비를 마치고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자 방문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종전 MOU 제1조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종료를 선언한다'고 못 박고 있다. 레바논 휴전을 종전 협상의 최우선 조건으로 앞세웠던 이란으로서는 이스라엘의 공세를 MOU 위반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레바논 전선의 긴장이 풀리지 않으면 향후 60일간 이어질 비핵화·제재 해제 협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연합뉴스)